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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이야기

칠장 정수화
발행일 : 2021-01-27 조회수 : 5509
칠장 정수화

1954. 9. 1. ~ | 보유자 인정: 2001년 3월 12일

위대한 문화유산
한국문화재재단의 무형문화재이야기
칠장 정수화

국가무형유산 칠장
Master Artisan of Lacquering Holder

원주, K 시인을 따라 / 옻나무 밭에 갔었다.

심장은 놔두고 / 밑둥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수십 번 더 그어진 칼금 / 저건 숲이 아니다.

고통이 득실거리는 겟세마네 동산. / 죽을까 말까 머뭇거릴 때마다

다시 메스를 댄다. / 심장은 두근거리게 놔두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 피를 내주고 있다.

몇 백 년 썩지 않을 / 힘을 내주고 있다.

옻나무 밭에서 / 수천 개의 못자국을 보았다.

K시인과 함께

- 옻나무밭, 최문자 시인

칠장(漆匠)

칠장(漆欌)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생옻 속에 있는 수분과 이물질을 제거하여 옻의 투명도와 광택을 높이고 용도에 맞게 정제하는 장인을 말한다. 옻은 옻나무의 표피(表皮)와 재부(材部) 사이에 있는 분비구 즉 칠액구(漆液構)에서 흘러나오는 회백색의 액(液)을 말한다. 옻액[漆液]dms 엄밀히 말하자면 식물생리상 분비물로 간주된다. 평상시에는 칠액구 내에 일정량을 함축하고 있고, 옻나무에 상처나 생채기가 생기면 외부로 흘러나와 고인다. 이렇게 흘러나와 고인 수액(樹液)을 채취한 것이 ‘천연생칠(天然生漆)’이다. 천연생칠은 모든 정제옻칠의 기본 재료로 여과와 정제과정을 거치면서 생칠, 정제칠, 흑칠, 투명칠, 색칠 등 여러 종류의 칠로 정제, 가공하여 사용한다. 옻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서 자생하며, 옻액을 채취하는 나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옻은 6월 중순경부터 시작하여 10월 중순경까지 채취하는데 나라마다의 지정학적, 자연적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채취시기와 채취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옻은 칠산(漆酸) 60~80%, 수분 10~30%, 고무질 3~8%, 함질소물(含窒素物) 1~3% 등이 함유되어 있다. 건조 후 도막을 형성한 옻은 염산, 초산, 왕수 등의 강력한 산(酸)이나, 알칼리, 염분, 알코올 등의 약품에 담가도 변화가 거의 없을 정도의 고분자 물질로 접착력, 방수성, 방부성, 내열성, 절연성, 내구성 등 지구상의 그 어떤 도료보다 우수하다. 옻칠은 이처럼 우수한 성질을 가진 친환경적 도료로 예로부터 한국, 중국, 일본에서 금속이나 나무에 주로 칠하여 왔다. 페인트나 에나멜 등의 화학도료에 비하여 건조 속도가 조금 느리지만 도막의 경도나 광택도, 부착력 등이 월등히 우수하다. 우리나라에서의 옻칠은 나전칠기류에 대부분 사용되었다. 옻은 도료로서의 기능외에도 약재로서의 우수성 또한 많은 연구를 통하여 밝혀지고 있는데, 「본초강목(本草綱目)」, 「동의보감(東醫寶鑑)」 등 문헌상에서도 옻칠의 효능에 대해 상세히 표현되고 있다.

동양의 특산물인 옻칠은 6000~6500년 전 중국에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에서 각기 특색있게 발달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옻이 사용된 흔적은 기원전 3세기 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본격적인 유물이 출토된 것은 기원전 1세기경부터이다. 신라시대에 발전된 칠기는 고려시대에 나전과 결합되어 나전칠기라는 새로운 기법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전국의 옻나무 산지를 파악하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옻칠을 공납 받았으며, 서울과 지방에는 칠과 관련된 장인들이 주로 관청에 소속되어 활동하였다.

전통 옻칠 작업의 외길을 걸어온 장인, 정수화 선생

정수화 선생은 1954년 9월 1일에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부친 정귀영 선생과 모친 안병국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중학교 진학을 미루고 먼 친척인 주현호 선생의 공방에 나전칠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입문하였다. 이때 칠 일을 하면서 나전까지 전수받게 된다. 1971년 주현호 선생의 공방이 삼양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공장장으로 있던 이윤갑 선생의 공방에서 군입대 전까지 칠 일과 나전일을 병행하면서 숙련하였고 1978년 군복무를 마치고 그해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었다.

1979년부터는 독립을 하여 장안동에 ‘장안칠기’라고 하는 공방을 내었는데 조그마한 방이었지만 소품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 1985년에 의정부로 공방을 옮겼다가 다시 1988년 남양주 도농동으로 옮겨 그곳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 하였다. 1986년부터 왕성한 작품활동을 통해 전승공예대전에 입선, 장려상, 특별상, 문화부장관상 등을 수상하고 전국기능경진대회 나전칠기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하였다. 1991년에는 나전장 기능보유자인 심부길 선생(1906~1996)에게 전수교육을 받고 1994년 전수교육조교(현 전승교육사로 개칭)가 되었다. 1990년에는 김태희 선생이 사)한국옻칠문화연구원을 설립하였는데 이때 정제과정과 첨가제 사용법 등 옻칠정제방법을 전수받았다. 정수화 선생은 오랜 기간 전통 옻칠과 나전칠기 작업의 외길을 걸어온 장인이다. 일제 강점기 옻의 수탈로 맥이 끊어진 옻칠 정제법을 재현하여 윤택하고 신비로운 색채가 돋보이는 우리 옻칠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문양 그리기부터 마감칠까지 완벽한 구상력과 양질의 정제칠 및 공예재료를 고수하는 장인정신으로 2001년 국가무형유산 칠장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지난 2005년에는 종묘 정전의 제상에 황색칠 도장 작업을 맡는 등 우리나라 최고의 칠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품

모란만초문이층농(牧丹蔓草紋二層籠) _ 75×40×122cm

홍송(紅松), 자작나무로 만든 이층농에 옻칠을 한 후 나전으로 모란만초문을 시문하고 다시 옻칠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제작했다.

모란만초문이층농(牧丹蔓草紋二層籠) _ 75×40×122cm _ 01
모란만초문이층농(牧丹蔓草紋二層籠) _ 75×40×122cm _ 02

정제재료와 제작도구

정제재료

양질의 옻칠을 정제하기 위해서는 각기 용도와 기능, 효과가 적합한 재료를 첨가해야 한다. 계면활성제(물과 기름을 섞이게 하는 물질), 카본블랙(흑색의 미세한 탄소분말), 장뇌유(녹나무를 쪄서 나오는 수증기를 받아 굳힌 장뇌에 테레핀유를 섞어 녹인 것), 역청(동백유를 끓인 후 송진과 백반을 첨가하여 만든 혼합물), 수산화철, 실로이드(실리카 소광제), 황산철, 백반, 송진, 송현(소나무를 태워 그을음을 모은 것), 치자, 쪽(남색 염료), 꼭두서니, 울금, 등황, 활성탄, 자황, 아마인유, 동백유 등이 사용되며 이상의 첨가제들은 적절하게 첨가되어야 정제칠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고, 첨가비율이나 시간 등은 오랜 경험과 숙련된 정제 기술이 있어야 잘 알 수 있다.

정제도구

정제도구에는 칠통(정제작업에 필요한 과정 중 칠을 재우거나 정제작업이 끝난 후 정제칠을 보관 시 사용), 칠판(투명칠이나 흑칠 등의 정체칠을 만들 때 교반작업을 할 때 사용), 고무래(칠을 칠판에 부은 후 교반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 주걱(하지작업이나 칠의 배합, 귀얄 손질하기, 칠떠내기 등에 사용하는 도구), 삼베, 솜, 자석(흑칠 정제과정에서 철분을 수거할 때 사용) 등이 사용된다.

안료

안료는 물이나 기름 등에 녹지 않는 물질로 투명칠에 섞어 도막이나 착색을 하는데 쓰며, 무기안료와 유기안료로 나뉜다.

칠기 제작도구

밀대(원통형의 막대기로 투명칠과 안료 배합 시 사용), 칠지(여과지라고도 하며 옻칠을 걸러 불순물을 여과할 때 사용), 귀얄(일반적으로 붓의 개념이나, 칠기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 분무기(건조장의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물을 뿌릴 때 사용), 건조장(옻칠한 작품을 건조시킬 때 사용), 사포(연마작업에 쓰이는 주재료), 갈돌(일종의 숫돌로 하지작업 중 호칠이나 토회칠 바른 면 등을 정리할 때 사용) 등이 사용된다.

제작과정

옻나무에서 채취한 칠액 속에는 수분, 나뭇잎, 벌레 등이 들어 있어 사용할 수 없으므로 정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상질의 칠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상질의 천연생칠이 있어야 한다. 생칠의 정제과정은 천연생옻액에서 불순물과 이물질을 걸러내는 것이다. 먼저 채취한 칠액의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서 삼베에 채취한 천연칠액을 담아 삼베를 돌려 짜면서 칠통에 담는다. 1차 정제과정에서 이물질을 걸러낸 생칠에 솜을 약 3cm×3cm 정도로 찢어 넣고, 나무막대기로 계속 저어 솜과 칠이 골고루 섞여 솜 속에 칠이 골고루 배도록 한다. 1차 정제생칠과 솜이 완전히 섞이면서 솜이 모두 풀어질 때까지 계속 젓는다. 솜을 칠 속에 섞어 풀어 넣은 후 하루 정도 숙성시킨 후 걸러내면 깨끗하고 고운 생칠을 얻을 수 있다. 2차 정제된 생칠을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고무래를 이용하여 칠통에서 고루 저어준다. 생칠의 성분이 고루 섞이도록 한 후 고무래질하기 위하여 칠판에 붓고 고무래를 이용하여 상하로 칠을 밀어주면서 생칠의 수분을 증발시킨다. 고무래질을 모두 마치면 생칠의 색깔은 포도색을 띠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정제칠을 ‘투명칠’이라 한다. 투명칠이 만들어지면 여러 가지 첨가제를 첨가하여 용도에 맞게 정제칠을 만든다.

1. 천연생칠을 삼베에 싸서 돌려 짠다

1. 천연생칠을 삼베에 싸서 돌려 짠다

2. 솜과 칠이 완전히 섞이도록 저어준다

2. 솜과 칠이 완전히 섞이도록 저어준다

3. 삼베를 돌려 칠을 짜낸다

3. 삼베를 돌려 칠을 짜낸다

4. 칠통에서 칠판에 생칠을 붓는다

4. 칠통에서 칠판에 생칠을 붓는다

5. 고무래로 교반한다

5. 고무래로 교반한다

6. 주걱으로 칠을 떠 떨어지는 정체칠의 상태로 색, 점도 등을 확인한다

6. 주걱으로 칠을 떠 떨어지는 정체칠의 상태로 색, 점도 등을 확인한다

약력

  • 1954년 출생
  • 1986년 중소기업중앙회장 표창장
  • 1986년 아시아올림픽문화축전 초대작가 출품
  •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행사 초대작가 출품
  •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장 수상
  • 1992년 전국기능경진대회 금메달 수상
  • 1994년 전승공예대전 특별상 수상
  • 1995년 대한민국 명장 선정
  • 1995년 대통령 표창장수상
  • 1995년 대한민국 칠기 명장
  • 1996년 전승공예대전 문화부장관상
  • 1999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심사위원 역임
  • 2001년 국가무형유산 칠장 기능보유자 인정
  • 2001년 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 역임
  • 200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심사위원 역임
  • 2001년 독일 코블렌츠 공예 박람회 참가
  • 2002년 대통령 산업포장 수상
  • 2002년 프랑스 생제르맹앙레 초대전
  • 2005년 종묘 유물(제상, 궤)보수, 고궁박물관 궁중유물(대왕벼루 등 16점)보수
  • 2006년 백제역사문화재현단지 오층목탑 상륜부 옻칠 개금
  • 글 이치헌 / (국가유산진흥원 전승지원실장 / 「인간, 문화재 무송 박병천」 저자)

  • 사진 서헌강(문화재전문 사진작가)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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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주칠이층농_높이88cm

나전차통, 염주함_9x8,13x4cm.jpg

나전차통, 염주함_9x8,13x4cm

성작,성합,성반_12x12x19,7x17x22,16.5x16.5x1.jpg

성작,성합,성반_12x12x19,7x17x22,16.5x16.5x1

약장_119x33.jpg

약장_119x33

주칠 경함.jpg

주칠 경함

주칠 경함_46x26x25cm.jpg

주칠 경함_46x26x25cm

찬탁_84x40x123cm.jpg

찬탁_84x40x12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