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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홍낭시다 사원에서 다량의 금(金)제 유물 출토(0630)
작성자 : 정다운 작성일 : 2022-06-30 조회수 : 977

천 년 만에 다시 반짝이는 고대 크메르 왕조의 금제 유물

라오스 홍낭시다 사원에서 다량의 금()제 유물 출토

라오스 최초 중앙갱 형태의 주신전 확인, 금제 유물 237점 등 유물 무더기로 출토


홍낭시다 셀라 중앙홀 출토 주요 유물

홍낭시다 셀라 중앙홀 출토 주요 유물


천 년 동안 라오스 남쪽에서 우리를 기다린 고대 크메르의 보석들이 다시 빛을 받고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빛나는 이 유물들은 고대 라오스의 금속세공 기술과 무역의 실마리 조각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어요.”

수안사반 빅나켓(Suanesavanh VIGNAKET) 라오스 정보문화관광부 장관

 

문화재청(청장 최응천)과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은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문화유산ODA”)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라오스 홍낭시다 보존복원 사업에서 라오스 최초로 중앙갱 형태의 주신전을 확인하고, 금제 유물 237점을 포함해 총 317점의 유물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홍낭시다 사원*과 같이 라오스에서 이처럼 많은 수의 금제 유물이 출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캄보디아, 베트남 등을 포함한 고대 크메르 왕조**의 영역에서도 이번처럼 많은 수의 금제 유물과 장신구류 유물이 출토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이는 2019년 라오스에서 최초로 발견된 금동요니***와 더불어 해외 문화유산 복원 사업에서 성취한 매우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홍낭시다 사원: 시다 공주(낭시다 Nang Sida)의 큰 건물(Hong)이란 뜻이며, 위기에 빠진 왕국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괴물에게 제물로 바친 시다 공주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라는 구전 설화가 있다.

**크메르 왕조: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동남아시아에 존속한 크메르 제국을 이끈 왕조. 전성기 기준 오늘날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등에 해당하는 거대한 지역을 지배했다고 알려졌으며 앙코르 와트, 바욘 사원 등 세계적인 유적들을 남겼다. 홍낭시다가 속한 왓푸-첨파삭 지역은 크메르 제국 왕들의 후원이 있었으며, 성산을 보기 위해 순례를 떠나는 성지였다.

***금동 요니: 요니는 고대 크메르 시대의 유물로, 여성의 생식기상()이다. 한국문화재재단 국제협력단은 2019년 홍낭시다 사원 플랫폼 하부에서 금동 요니를 발굴했다. 이는 금동으로 만들어진 요니를 라오스에서 발견한 최초의 사례이며, 고대 크메르 교류사 연구의 핵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해외 문화유산 첫 복원 사례인 라오스 홍낭시다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이 사원은 비문에 등장하는 링가푸라 고대도시의 주신전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첨탑(Sikhara) 등이 모두 붕괴되어 돌무더기가 된 채로 오랜 세월 폐허로 남겨져 있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2013년부터 홍낭시다를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학술적인 조사와 함께 복원을 추진하여 2020년에 사원의 만다파*와 플랫폼을 복원하였다. 이후 2021년부터 20225월까지 진행한 사원의 성소(聖所)인 셀라(Cella, 이하 셀라’) 붕괴 부재 해체 조사에서 드디어 많은 수의 유물과 함께 내부구조가 명확하게 확인된 것이다.

*만다파(mandapa): 예배나 의식을 준비하는 장방형의 공간

 

홍낭시다 셀라 붕괴부재의 해체 과정에서 출토된 금제 유물은 총 237점으로 유물별 출토 수량은 금반지 5, 금박판 217, 금장식류 15점이다. 출토된 금반지의 둘레는 약 2.5이며 장식부분에는 약 0.2mm의 두께로 세공된 부분도 확인되고 있다. 금박판은 0.2~0.3mm의 두께로 얇게 제작되었으나 일정한 경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꽃무늬의 금박판 유물도 함께 출토되었다. 현장에서 휴대용 형광 엑스선 분석기(P-XRF)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금반지는 금 70~80%, 15~25%, 구리 3~7%의 비율로 제작되었으며, 금박판은 금의 함량이 70~85%인 것과 50~60% 정도인 유물로 구분된다. 이처럼 홍낭시다 셀라에서 출토된 금제 유물은 섬세한 금속 세공을 통해 유물에 따라 합금 비율을 달리하여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석류 및 석가공류는 총 80점이 출토되었다. 대부분 크리스탈로 분류되며 색상에 따라 백수정, 녹수정, 적수정, 황수정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문화재재단 전유근 박사는 홍낭시다가 위치하고 있는 참파삭 일대는 지질학적 특성상 금과 크리스탈이 산출되지 않는 곳이다. 따라서 이번에 출토된 금과 크리스탈은 다른 지역에서 제작되어 홍낭시다에 봉안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밝혔다.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ODA팀은 출토된 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당시의 금세공 기술, 국가 간 교역 루트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유물 중 가장 특이한 것은 힌두교 사원으로 축조된 홍낭시다 사원에서 힌두교의 상징 유물인 석조 요니와 함께 은제 불상이 출토되었다는 것이다. 불상은 수많은 붕괴 부재로 덮여 있어 인위적으로 사람이 가져다 놓을 수 없는 곳에서 출토되어, 이를 근거로 홍낭시다 사원의 붕괴 시기를 추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에 불교가 국교로 받아들여진 시기는 14세기이며, 프랑스 극동연구원(ÉCOLE FRANÇAISE D'EXTRÊME-ORIENT, EFEO) 고고학자 크리스틴 하위스록(Christine Hawixbrock) 등 현지 전문가들은 은제 불상을 17세기 양식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홍낭시다 사원은 은제 불상이 제작된 시기까지 붕괴되지 않았을 것으로 전제한다면 건립 후 최소 500년 동안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향후 홍낭시다 사원의 붕괴 시기를 조금 더 명확하게 밝혀내기 위해 은제 불상에 대한 미술사적 조사와 셀라에서 출토된 목탄의 탄소연대분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은 홍낭시다 사원 셀라의 내부에서 수많은 크메르 유적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중앙갱(中央坑, Central Shaft)*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홍낭시다 사원은 중앙홀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4개의 전실(前室, Antechamber)이 있으며, 셀라 중심의 바닥면에서 최소 4.5m 깊이의 중앙갱이 발견되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바이욘 사원에서 유사한 형태의 중앙갱이 확인되며, 라오스에서는 한국 팀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다. 이는 학자들마다 견해를 달리하는 축조시기를 명확하게 해주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크메르 제국 대표 사원과의 구조적 유사성, 과거 확인된 비문의 내용과 탄소 연대측정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홍낭시다 사원은 12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갱: 4개의 전실 사이 한가운데 땅속을 파 들어간 지하 구조물로서, 세상의 중심에 솟아있는 성스러운 산(첨탑)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지하에 조성하며, 중요한 신상을 안치하기도 한다.

 

라오스 홍낭시다 유적에는 한국문화재재단의 연구원들 이외에 라오스 현지 주민들도 복원에 참여하고 있다. 라오스 현지인들의 역량 강화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 왓푸세계유산사무소 암폴 셍파찬(Amphol SENGPHACHANH) 소장은 라오스에 문화유산ODA사업을 3개국이 하고 있지만 붕괴된 사원의 조사부터 복원까지 전 과정을 외국팀과 협력해서 수행한 것은 한국과의 홍낭시다 보존복원 사업이 처음이다. 왓푸세계유산사무소 직원들도 복원 과정에 참여하여 매우 의의가 깊다.”라고 전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이번 발굴 조사에 대한 심도 있는 복원과 연구는 물론, 향후 관광자원화를 통한 수원국의 자립기반 조성을 계획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 많은 사람들이 세계유산 홍낭시다 사원을 향유할 수 있도록 라오스 직원 교육과 관람로, 전시관 개선 등 종합 정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3년부터 홍낭시다를 연구한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ODA팀 백경환 팀장은 이번 발견으로 홍낭시다 사원의 축조 및 붕괴 시기, 크메르인의 금속 제작 기술 및 대외교역 등과 같은 생활상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증거를 확보하였다. 홍낭시다 사원은 수리야바르만 2세가 당대 최고의 건축가 디바카라판디타*를 파견해서 건립한 사원으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드디어 그 가치를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고대도시(쿠룩세트라, 링가푸라)**, 고대길(Ancient Road) 등과의 관련성이 규명된다면 크메르 건축의 역작으로 재조명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수리야바르만 2세와 디바카라판디타: 수리야바르만 2세는 캄보디아 앙코르의 왕(재위 1113~1150년경)으로, 앙코르 시대의 최성기를 누렸으며 앙코르와트를 건설한 것으로 유명하다. 디바카라판디타는 수리야바르만 2세의 정신적 스승이자, 당대 가장 뛰어난 건축 장인이었으며, 또 다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캄포디아 프레아 비에하르 사원의 전체 공사를 맡기도 했다.

**쿠룩세트라, 링가푸라: 쿠룩세트라는 56세기 무렵 메콩()의 서쪽 강변에 고대 인도의 성도(聖都)를 재현하여 건립되었던 고대도시다. 푸카오()에 우뚝 솟은 돌기둥을 시바신이 링가의 모습으로 현현한 것으로 믿어 그 산을 링가의 산, 링가파르바타라고 불으며, 링가푸라는 성스러운 산 주변으로 형성된 고대도시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