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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예가箕城藝歌(배뱅이굿과 평양잡가) 관람후기
작성자 : 정영진 작성일 : 2021-04-18 조회수 : 1052
2021년 4월16일 오후 6시 한국문화재재단 풍류극장 기성예가(배뱅이굿과 평양잡가)는 박정욱 서도소리 명창의 52번째 정기공연으로 유경(柳京) 패성(浿城)과 함께 평양의 별칭인 기성(箕城) 즉 평양의 노래 배뱅이굿과 평양잡가 공연이다.

201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배뱅이굿 예능보유자 이은관(李殷官)의 별세이후 거의 사라져버린 배뱅이굿과 남북분단 70년으로 그 흔적마저 찾기 어려운 평양잡가를 접할 수 있었던 고귀한 공연이다. 서도소리 예능보유자 고(故) 김정연선생과 이은관선생의 전수자인 박정욱 명창이 수년간 이어오고 있는 각고의 노력이 만들어낸 선물이며 행복이다.

배뱅이굿은 평안도와 황해도 민간에서 불리던 서도 소리의 하나로 한명의 소리꾼이 장구 반주에 소리와 아니리로 마치 판소리를 하는 것 같다. 태어날 때 어머니의 꿈에서 잘린 댕기머리, 잘린 긴 머리카락이 배배 꼬인 형상의 달비 한 쌍을 받아 배배 틀어 치마폭에 쌌다하여 이름을 배뱅이라고 지은 문벌 높은 집안의 귀한 무남독녀가 18세에 상사병을 얻어 죽자, 엉터리 박수무당이 교묘한 수단으로 거짓 넋풀이를 해주고 많은 재물을 빼내어 그 집안을 풍비박산 낸다는 서사적(敍事的)이야기를 풍자와 흥미로 풀어낸다.

박정욱의 날카롭고 높지만 청아한 이은관의 목소리가 재생한 것 같은 소리는 점점 희미하여져 가는 배뱅이 소리의 맛을 과거 속에서 끄집어내어 한편의 영상으로 그려 주었고, 가볍고 경쾌한 장구장단을 밟으며 노니는 음률은 조선시대 양반사회 지배구조를 비토(veto)하고 싶었던 서도지방 사람들의 여망이 담긴 춤사위가 훨훨 나는 것 같았다.

평안남도 민중들이 입었다는 하얀 무명 치마저고리에 붉은색과 파란색의 조끼를 번갈아 입으며 박정욱의 이끔 따라 패성가/ 기성팔경가/ 향산록/ 제전/ 4곡의 평양잡가와 둥둥타령/ 물레타령/ 용강 잦은아리(타령)/ 3곡의 평안도 민요를 들려준 여성 10명 남성2명의 서도소리전통예술원 소리꾼들의 아름다운 소리에 남북분단 70년의 아픔과 고통이 가슴깊이 절절하게 전해졌다.

평양잡가는 고음으로 목을 조여 치켜서 떨며 슬픈 느낌을 주면서 느리게 부르는 특징의 서도소리이지만 가락이 정악같이 단조로우면서도 흥이 들어있고 조선의 선비들이 즐겼다는 풍류음악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았다.

평양사람들의 생활문화를 풀어낸 타령은 어깨를 들썩이며 저절로 따라 불렀지만 열둘 소리꾼의 떼 창 소리에 묻혀 하나가 되었고, 아직도 귓전을 맴도는 “아이고 아이고 성화로구나” 민중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드러나 보여 내가 소리 속 주인공인 양 빨려들었다.

무대 뒤 영상화면에는 평양성과 대동강의 옛 모습이 비쳐지고 그 위로 소리 따라 한 줄 한 줄 가사가 새겨지며 머릿속에는 그 시절 평양과 묘향산의 모습과 아름다움이 펼쳐졌고, 북망산에 묻힌 임의 무덤을 찾아가 제사를 드리는 인생 무상함도 살며시 파고들었다.

약 2시간의 공연을 위해 사라져가는 원형을 되살리고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 노래가사를 찾고 어렵게 구한 음반소리를 복기해 가며 3여 년 동안 거의 매일 소리공부를 한 박정욱과 서도소리전통예술원 12명 소리꾼들의 노고가 녹아내린 ‘기성예가’는 희열, 벅참, 감동으로 가득 찼다.

박정욱 명창과 서도소리전통예술원 12명 소리꾼, 이 공연이 빛날 수 있게 함께 만들어 주신 장구, 피리, 대금, 해금, 건반, 반주자 분들에게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