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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나비 놀다(박경랑의 춤 교방풍류놀음)
작성자 : 정영진 작성일 : 2022-05-18 조회수 : 190
2022년 4월 29일(금) 19시 30분 삼성동 한국문화의집(KOUS)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이다.
이 공연은 같은 이름으로 2022년 3월 2일 19시 부산 예술회관 무대에서 초연 되었고, 이어진 서울 공연이며 올 한 해 동안 전국 곳곳에서 몇 차례 더 펼쳐진다고 한다.
공연 내용은 박경랑류 영남 교방청 춤과 교방 소반춤에 그때그때 공연장 환경과 시기성을 감안한 구성의 차이는 있겠다.

필자는 12,3년 전쯤에 한국문화의집(KOUS) 무대에서 박경랑 명무의 춤을 처음 접하면서 영혼을 빨리는 감동을 받고, 이후 여건과 기회만 되면 박경랑의 무대를 찾아 지인들을 동반하여 함께 즐기며 행복을 누린다.
필자가 공연 후기를 쓰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 그때 누렸던 행복을 다시 한 번 더 누리고 싶기 때문이며, 이 공연의 늦은 후기는 공연 이후 해외를 잠시 다녀오게 되어 이제야 짬이 났기 때문이다.

무대에 어둠이 깔리고 전면 막에는 박경랑의 프로필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어릴 적 고성오광대 놀음의 증시조이자 초대 예능 보유자인 외증조부 김창후선생의 손을 잡고 따라다니며 춤 맛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성장하면서 인연 따라 영남지방의 여러 권번 스승들로부터 춤사위를 익혀 집대성하여 범 영남 교방춤가락 성격을 고루 지닌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을 완성시켰다.

‘교방’ 명칭 때문에 ‘기생춤’이라는 그릇된 인식의 오류로 많은 고충이 따랐으나 박경랑의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선구자적 혜안과 확고한 의지로 영남교방청 춤이 맥을 잃지 않고 찬란한 빛을 발산하며 전국적으로 전승·보급되고 있다.

김경훈의 글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 싶다....
싯귀가 울려 퍼지며 객석을 가라앉히고 관객을 심연의 늪으로 끌어당긴다.
꾀죄죄한 무명 흰 옷에 지저분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로 짚신을 신고,
오무러진 한손에 허리는 구부정한 불편한 모습으로 소고를 둘러메고
위태로운 발걸음이 힘겹게 몸부림치는 몸짓은 절규였다.
불편한 한 손과 함께 노는 소고춤의 다양한 춤사위 하나하나가 표현해내는 아름다움은
연륜과 내공이 쌓여 완성된 소고춤의 또 다른 장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신선한 색다름이었다.
이 문둥 북춤은 고성오광대 놀이의 한 과장으로
박경랑이 외증조부님을 기리는 마음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통의 맥을 지켜내기 위한 큰 뜻을 담아낸 것 같다.

화면에는 영남춤에 관한 해설이 한 줄 한줄 이어지며 막 전환으로 한 줌 쉬어갔다.
장사익의 “찔레꽃과 봄날은 간다” MR 노래반주 위에서 스승 김수악에게 올리는 박경랑의 하얀 수건이 허공을 휘저으며 날았다.
정중동(靜中動)의 한(恨)이 서글퍼 훠이 허공에 뿌렸다 거두어들여,
활짝 펼친 두 팔의 어깨를 감싸고 돌아 넘겨,
얼굴 앞에서 하얀 꽃 봉우리를 만들고 한발 한발 내딛는 버선발에 한을 실어 보냈다.
빙빙 돌아가는 치마 자락은 삼엄한 귀기(鬼氣)가 감돌아 가슴은 타들어가고,
던져 떨어뜨린 하얀 수건을 엎드려 한손으로 잡아 끄니,
따라 들어온 한은 신비로움에 젖어들던 애절함을 삼켜버렸다.
느릿느릿 추는 춤사위 따라 한을 쫒아가다 한 가닥 남겨놓은 기쁨과 행운마저 쓸어버렸다.
숨소리를 멈추게 한, 집중과 긴장 속 희열의 만끽이 끝이 나자,
김수악의 생애가 영상으로 펼쳐지며 1부가 끝을 맺었다.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김신영’의 흥타령 소리와 이진우의 거문고 울음이 깔리는 무대 위로
남색 스란치마에 황금색 저고리를 입은 하얀 버선발이 나비가 날개 짓 하듯 훨훨 내 딛는다. 한 호흡 한 호흡 넘어가는 감동의 물결은 초점 잃어가는 눈망울보다 더 밀착하여 허공을 감질나게 뒤흔드는 팔의 노님에 허우적거린다.
겉치마를 걷어 올려 하얀 속치마를 선비의 눈앞에 펼쳐 보이자,
손에 들린 붓이 한 폭의 자연을 그려내는 풍류의 멋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손가락의 너울거림 따라 꺾어내는 손목놀음과 흥에 겨운 어깨놀림으로 춤추는 합죽선의 아름다운 춤사위에 시간이 멈췄다.
눈앞의 황홀한 아름다움에 빨려드는 박경랑류 영남교방춤의 묘미는 무딘 글로 표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꽃대롱이 달린 붉은 대나무 비녀를 꽂은 틀어 올린 머리위에 맑은 술이 닮긴 하얀 잔이 올려 진 둥근 접시를 이고 있다.
춤의 열정을 담았는지 춤꾼의 사랑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거문고 음율 따라 주인 찾아 내딛는 디딤 발이 고와 술은 넘치지 않고 앙증맞게 살랑거린다.
비녀를 뽑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은 접시를 들고, 땅을 짚다 두들기고 사뿐사뿐 걷다 돌아가는 하얀 버선발의 조화는 물 흐르듯 자유롭다.
우리 춤의 생명인 자연스럽게 노니는 선의 율동이 벅찬 감동으로 온 가슴을 가득 채운다.
빙글빙글 돌며 뿜어내는 화려한 자태에 두 팔 뻗어 어깨를 움찔거리며 그려내는 아름다운 손끝 감질은 머리 위 술잔을 받고 싶은 마음을 잡아끌며 가슴을 녹였다.
무대를 내려와 객석 어느 분에게 드린 한 잔 술의 깊은 의미는 소반 춤의 멋을 일깨웠다.
춤꾼이 나비처럼 날며 임을 향해 꽃 봉우리를 터뜨리는 소반 춤의 절묘함에 그냥 취한다.

이처럼 어느 것 하나 빠트릴 수 없는 자연의 조화처럼 한 폭의 황홀한 그림을 펼쳐내는
박경랑의 춤을 보며 주체할 수 없이 넘치는 행복의 희열은 내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또한 특별 출연으로
부산시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예능보유자 이성훈이 하얀 도포 자락을 날개 짓하며 무대에 올라 동래 학춤 즉흥 춤(덧배기 춤) “학이 되어 노닐다”로 관객의 눈을 매료시켰다.
여기에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5호 평안도 배뱅이굿 예능보유자 박정욱 명창의 구수한 입담의 사회와 서도소리의 맛깔이 더해지고,
부산시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구음이수자 김신영의 소리로 무대 열기를 한층 북돋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