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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 무형유산으로서의 씨름, 생명력을 불어넣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05 조회수 : 2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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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씨름과 세계화

유형문화유산과 달리 무형문화유산은전승능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이러한 이유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수 있는 보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나오고 있다. 여기서 보전체계는 무형유산의보호뿐만 아니라 이를 현대에 맞게 활성화해보전능력을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전통은 현대 문화와의 소통과 융합을 통해살아 있는 무형문화유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보호와 전승의 유기적인 상호보완이 발전의원동력이 되면서 무형문화유산은 생명력을얻는다. 일본의 경우는 원형을 전수하고 있지만시대에 맞게 변화된 유산을 개발하기도 한다.이것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변화욕구를 통해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름은 각 민족과 함께 우리의 환경과자연 그리고 역사의 상호작용에 따라끊임없이 재창조해 온 지식과 기술, 문화적표현이라 할 수 있다. 씨름은 여러 나라에서무형문화유산으로서 그들의 생활 속에서전승돼 오고 있고, 전통놀이와 무예 그리고전통 스포츠로서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이는 우리 씨름과유사한 전통 스포츠가 세계 각국에 여러유형으로 분포돼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유목민 스포츠 영역에서는 명맥이 잘 보존돼있고,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각민족과 국가의 문화가 수용돼 있다. 동북아를중심으로는 몽골의 부흐(Buh, Bukh)와 일본의스모(Sumo)의 형태가 있고, 중앙아시아를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의 크라쉬(Kurash)와카자흐스탄의 카자쿠레스(Kazak kures) 등이있다. 또 유럽을 중심으로 터키의 그레스(Gres),스페인의 루차 카나리아(Lucha Canaria),스위스의 쉬빙겐(Das Schwingen), 아일랜드의팽(Fang) 등이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세네갈의람브(Laamb)와 같은 씨름이 활성화돼 있다.
   
   이러한 각국의 씨름은 상대와 힘을 겨루는형태라는 점과 각국의 문화가 잘 내포된 신체문화라는 점에서 우리 씨름과 닮은 점이많다. 이렇게 다양한 씨름이 존재하고 있는데서 우리는 고구려 각저총 벽화의 씨름꾼이서역인이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미 고대 국가간의 씨름경기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상상도가능해진다. 각 지역에만 국한돼 있던 씨름들이현대사회에서는 스포츠로도 진화됐다. 서양을중심으로 발전해 온 전통 씨름은 올림픽의레슬링 종목이 됐고, 중앙아시아의 크라쉬등은 아시안게임과 월드 컴벳 게임 그리고세계무예마스터십 종목이 됐다. 그리고 많은씨름들의 기술들을 정비해 벨트레슬링(BeltWrestling)으로 경기화가 이루어져있다. 이러한 각국의 씨름에 ‘경기화’와‘세계화’라는 새로운 변화바람이 불고 있다.최근 우리 씨름도 세계화 사업을 시작했다.각국에 우리 씨름의 보급사업을 벌이고,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의 후보종목으로도포함돼 있다.



한국의 씨름, 유네스코 등재로 생명력을 불어넣자

무형유산은 생명력과 자생력을 필요로 한다.이를 위해서 현대사회에 부합된 실질적인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인류무형유산택견이 다양한 공연을 통해 시연을선보임으로써 해외에 진출한 사례가 있다.이는 보존과 보호의 차원을 넘어 이를활용하고 활성화하려는 노력에서 긍정적인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지구촌 시대를 맞아여러 나라에서는 무형문화유산을 그대로축제화하거나, 그것을 토대로 문화행사를기획하여 관광활성화를 꾀하기도 한다.대표적으로 터키의 크르크 프나르 야-러규레쉬(Kirk Pinar Yagli Gres)축제,몽골의 나담축제 그리고 충주에서 개최되는유네스코 공식 후원 세계무술축제 등이 있다.씨름문화는 우리 민족의 몸문화에 대한정체성(identity)을 가장 많이 내포하고 있다.그 가치와 위상이 시대를 거듭할수록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문화다. 이러한 의미에서 씨름의문화적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 세대 또는 젊은세대에 계승·상속할 만한 가치를 부여할 수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씨름을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후 어떻게보호하고 어떤 활동을 할지 등의 계획이 있어야한다. 이는 씨름에 대한 인식과 홍보를 보다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기위함이다.




씨름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와 홍보가 필요하다

우리 씨름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이필요한 시기다. 현대 씨름은 전문체육으로서의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우수 선수의 경기력 향상,수요창출(실업팀 창단 지원), 경기력 강화,훈련시설 과학화 지원 등에 한계가 있다. 씨름의저변 확대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씨름을 접할 수있도록 생활체육으로서 참여기회를 확대하고동호인 육성 지원 사업을 벌여야 하지만,실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적스포츠계의 흐름에 대처해 학교체육으로서의기능과 역할도 확대해야 하지만, 이 역시 미비한 형편이다. 더욱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한국문화를 대표함에도 불구하고 이를체계화하거나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한계를보이고 있다.
   따라서 씨름의 진흥은 정부만의 의무가아니라 모든 국민의 의무라는 인식을갖도록 하기 위해 대한씨름협회 등이 홍보와보급 활동에 힘써야 한다. 또한 씨름의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노력에는 씨름인,체육인, 문화계, 문화재 행정가, 학자 등이 모두참여해야 한다. 모든 이해당사자가 각자의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정보가 치우치지않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와 등재 이후의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지속적으로 씨름에 대한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누구나 씨름에 대해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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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씨름 국제심포지엄’이 갖는 의미

‘씨름’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2018 씨름국제심포지엄’은 국내 최초의 일로 씨름세계화를 위한 첫 단추가 될 전망이다.무엇보다 남북이 공동으로 씨름의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 씨름의 보존방향 등을 논의할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미등재된 터키·몽골·조지아 씨름 등의 전승사례 등이 함께 논의된다는 점에서 우리 씨름이세계 씨름과 함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발전방향을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문화는 경제적 또는 사회·문화적 발전을위한 강력하고 독특한 원동력이다. 이번심포지엄이 유산과 무형 자본, 문화와 창조산업간의 관계를 기반으로 씨름의 활성화 방안을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또한 씨름을 통해문화시장의 파급효과에 기여하는 방안과 더불어인류무형유산으로서의 생명력을 얻어낼 수 있는가치 있는 정책적 과제가 나오길 바란다.



- 글. 허건식. 체육학 박사. UNESCO-국제무예센터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