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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 권번 (券番) 의 은어,기생 (妓生)의 은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11 조회수 : 2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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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번에서 사용한 출생지와 관련한 은어들
1930년대 서울에는 4대 권번이 성업했습니다. 조선권번은 ‘조권’,한성권번은 ‘한권’,한남권번은 ‘한남,종로권번은 ‘종권’ 또는 ‘종로’로 불렸습니다. 고 묵계월 명창은 권번 이미지가 좋지 않아 권번 대신 ‘노래서재’라는 말로 대신했다고 합니다.
권번에서는 출생지와 관련된 은어가 많이 사용됐습니다. 먼저 ‘경소(京所)용’과 ‘서소®所)용’이 있습니다. 기생을 모집하는 늙은기생들이 쓰는 말로 경소용은 서울에서 성공할 기생,서소용은 시창을 잘하는 서도 평양기생을 지칭합니다. 평안도 출신들은 ‘서선(西鮮)’,남도 출신은 ‘남선(南鮮)’이라고 했는데,이는 ‘조선의 서쪽’과 ‘조선의 남쪽’을 줄인 표현입니다. 대개 권번별로 서선기,남선기,경성기로 구분해 관리했습니다.


‘생짜부터 수양어머니,숙짜,떼짜까지’기생을 부르는 다양한 은어들
기생은보통 ‘생짜’ ‘생째’ ‘째생’ ‘째쟁이’라고부르며,어린 기생은‘동기(童技)’라고 합니다. 일정한 나이가 돼 손님으로부터 가채를얹는 일을 ‘머리를 얹는다’고 하며,머리를 얹지 않은 어린 기생은‘청인(淸人)’ 또는 ‘청인 기생’이라고 합니다. ‘화초머리 기생’은 머리 얹어 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기생에게 돈 많은 사람이 머리를얹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기생 중 우두머리 격을 ‘행수’ 또는 ‘행수 기생’이라고 했으며,같은 해 들어온 기생 중 성적이 좋은 기생을 ‘진(眞)짜’라고 불렀습니다. 학습하는 동안은 영업할 수 없으며,일종의 기생 졸업시험인 ‘배반(杯盤)’을 통과해야 기예증(技藝證)을 받아 정식 영업이 가능해졌는데,‘배반치기’라부르던 이 행사는 보통 1년에 두 번 실시했습니다.
호칭은 친한 선배는 ‘언니"나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친한 기생은본명이나 예명을 부르며,다소 소원하면 ‘동모’ 또는 ‘동무’라고 합니다. 다른 권번 사람을부를 때는 성에 ‘서방5을붙여 부르는데 이는 진짜 나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장국심이라는 이름 대신 ‘장서방5 이런식입니다.
권번에서 사장 다음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수양어머니 입니다.수양어머니는 ‘시엉씨’ 또는 ‘수양아주머니’로도 불렸는데요. 대개는 늙은 기생들로,이들은 주로 기생을 모집하거나 행사를 잡아오는 일을 전담합니다. 기생들이 권번에 들어가는 것을 ‘수양살이’ 혹은 ‘시엉살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많으면서 권번에서 상주하는 기생은 ‘아주머니"라고 불렀으며,이들과 함께 기생을 관리하고 권번 영업을 맡아 하는 남자를 ‘기생서방’,‘기둥서방版夫)혹은 ‘지서방’이라고 불렀습니다. 지독한 기부는 피를 빨아 먹는다고해서 ‘독고마리(독거머리)’라고불렀습니다.
권번에서 아예 먹고 자는 기생을 종로권번에서는 ‘숙짜’,근처에거처를 정해 자취를 하거나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기생을 ‘반짜’라고 했습니다. 권번으로부터 호출을 받아 연락이 오면 기생들끼리는 ‘일떴다’,손님들로부터 예약을 받으면 보이들은 ‘지휘받았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일이 없는 경우는 요즘과 비슷하게 ‘공쳤다’고합니다.기생이 부자를 만나 기적을 떠나는 일을 ‘떼들인다’고 합니다. 떼들인 기생은 팔자를 고치게 됐음을 뜻하기 때문에 부러움의 표시로 ‘떼짜’라고했습니다. 기생딱지를뗀다는의미입니다. 그중에서도 매우 부유한 사람에게 떼들이는 기생은 ‘마마님’,돈 없는 한량에게 떼들이는 기생은 ‘아라사댁’이라고 했습니다.® 떼들인 기생은 자신을 살펴준 고마움의 표시로 주변 사람들에게 팁을 나눠 주는데 이를 ‘행하(行下)’라고합니다.한편 머리를올릴 사람이 있어 손님의 부름을 거절하는 기생은 ‘귀먹었다’는 표현을 써 ‘귀먹은기생’이라고 했습니다.


기생들의 정례모임 ‘삭회’에서 사용한 은어들
기생들은 매월 정기적으로 한 번씩 권번에 모입니대 이 정례모임을 예전에는 ‘삭회(湖會)’라고 했는데,그달 그달의 급여 정도를 알수 있어 ‘급회(給會)’라고도 불렀습니다. 기생들의 출결 사항을 점검한 출석부는 ‘기생안(案)’ 혹은 ‘기생부(簿)’라고 불렀습니다. 삭회에서는 기강과 관련해서 자기비판 또는 비윤리적 행위를 고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종로권번에서는 이를 ‘회(海) 놓는다’라고했으며,그 내용이 심각해 권번에서 쫓겨날 경우 ‘멋두렁찼다’고했습니다. 멋두렁은 ‘변소’를 뜻하며 요즘말로 ‘똥 밟았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악사는 단재비 •북재비 •쇠재비 •대재비처럼 재비(잽이)라고 불렀으며,수양아주머니 소개로 별도의 과외 수업을 받는 것을 ‘소리를 깎인다’고 했으며,듣는 귀가 없는 손님은 ‘귀가 없다’고 몰래흉보기도 했습니다.

 
- 글. 김문성. 국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