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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 미얀마바간유적 지진피해복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04 조회수 : 2360
하단내용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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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간 왕조의 찬란한 불교 문화 지진으로 손상되다


금(金)
황금으로 수놓은 바간 유적

바간 왕조는 미얀마 최초의 통일국가일 뿐 아니라 고대 상좌부(上座部) 불교문화의 전성기를 이룩하여 미얀마 역사에 매우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시대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바간 왕조의 우거진 수풀 사이로 우뚝우뚝 솟아 있는 탑 대부분이 화려한 금박으로 치장되어 ‘황금의 나라’로 불렸다. 미얀마의 풍부한 금 매장량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그 당시 바간 왕조 국민들의 불교에 대한 정성과 애착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바간 유적은 약 7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3,800기 이상의 사원과 탑들이 남아 있으며, 캄보디아 시엠립 그리고 인도네시아 자바 섬과 함께 동남아 3대 불교유적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 정부는 바간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올해 6월 아제르바이잔(Republic of Azerbaijan) 바쿠(Baku)에서 열리는 제43회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흙(土)·돌(石)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건축재료

바간 유적에 남아 있는 많은 사원과 탑들은 대부분 벽돌을 이용해 축조되었다. 벽돌은 진흙과 모래 등을 첨가하여 잘 반죽한 후 모양을 잡고 불로 굽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데, 바간 인근 웨치인(Wetkyi-in) 밍카바(Myinkaba) 티리피차야(Thiripyitsaya) 지역에서는 벽돌을 만들기 위해 흙을 채취하던 웅덩이가 아직도 남아 있다. 아민트(Amyint) 건너편 친드윈(Chindwin)에서는 당시의 벽돌을 만들었던 가마터가 확인되기도 한다. 벽돌 사이는 흙으로 채워졌는데, 흙은 시멘트 등과 같은 현대적인 재료에 비해 단단하지는 않지만, 지진이 잦은 미얀마 지역에서는 오히려 벽돌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어 잦은 지진을 버티게 해주었을 것이다. 바간 유적에서는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석조(石造)로 지어진 사원들도 확인된다. 주로 사암(砂巖)을 이용하였는데, 사암은 고운 모래가 퇴적된 후 오랜 시간 압축돼 굳어진 암석으로 단단하면서도 비교적 성형이 쉬워 고대 건축물에 주로 사용된 재료 중 하나이다. 하지만 미얀마 인근에서 확인되는 사암들은 일반적인 사암에 비해 무르고 침식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대부분의 사원이 벽돌을 이용해 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약 400기의 사원 내부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벽화가 잘 남아 있는데, 부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담(Jataka)을 비롯하여 여러 이야기들은 당시의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벽화를 채색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안료(顔料)도 대부분 천연 석재광물에서 추출하여 사용하였다.


땅(地)
지진으로 손상된 바간 유적

바간 유적이 위치한 미얀마 서부 지역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위치하여 예로부터 지진이 많이 발생했던 지역이다. 특히 1975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바간 유적의 많은 사원과 벽화가 피해를 입었다. 당시 미얀마 정부는 바간 유적의 복원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진으로 손상된 사원과 벽화의 보존 처리를 진행하였는데, 잘못된 보존 처리로 바간 유적의 가치는 오히려 훼손되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6년 8월에 또다시 진도 6.8의 강진이 바간 인근에서 발생하였으며, 많은 사원들에 피해가 발생하였다. 세계적 불교유적지인 바간의 지진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유네스코·일본·독일·이탈리아·인도·중국·태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졌으며, 우리 대한민국도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한국문화재재단이 바간 유적의 지진피해 복구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대한민국 문화재 보존기술세계를 향해 나아가다

빛(光) 
대한민국의 보존기술, 빛을 발하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불교 사찰 외벽 또는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무덤 등에 벽화를 그려 왔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수의 벽화 문화재가 잘 남아 있다. 금산사(金山寺) 미륵전(彌勒殿) 벽화, 고구려 고분(古墳) 벽화 등 소중한 벽화 문화재를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지속하였고, 그 결과 이제는 벽화 문화재 보존 분야에서 선진 기술과 경험을 축적한 나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가진 기술과 경험을 미얀마 바간 유적의 지진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그리고 인류 공동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기여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선진 벽화 보존기술이 문화유산 분야 공적개발원조(ODA)인 미얀마 바간 유적 지진피해 복구 지원 사업을 통해 그 화려한 빛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바람(風) 
문화유산 분야 신(新) 한류(韓流)

‘바간 유적 지진피해 복구사업’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한국문화재재단이 수행 중이며, 바간 유적 민난투(Minnanthu) 마을에 위치한 소형 사원인 파야똔주(Phaya-thon-zu) 사원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6년간 진행하는 사업이다. 바간 유적의 학술
가치 향상을 위한 기초조사, 파야똔주 사원 보존 처리 시범사업, 보존과학 연수 등의 사업을 진행하여 최종적으로는 미얀마 고고학국립박물관국(Department of Archaeology and National Museum)의 자체 문화유산 보존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 미얀마에는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 등 문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사람·문화·국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들이 미얀마 사회·문화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이제는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한류가 ‘바간 유적의 지진피해 복구 사업’을 통해 휘날리기를 희망해 본다. 


사람(人) 
모두가 행복한 삶

한국은 6·25전쟁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지속하여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유일한 국가이다. 이제는 선진 공여국 포럼인 OECD 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며, 원조예산 확대는 물론 원조 분야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아직까지는 보건과 교육 등의 분야에 비해 문화유산 분야는 상대적으로 긴급하지 않은 분야로 취급받고 있으나, 문화유산은 한 국가의 자부심이며 정체성으로, 온 국민을 하나로 뭉쳐 경제개발을 위해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 
바간 유적은 미얀마 국민에게 마음의 안식처이자 국가 재건의 원동력이며, 경제 발전의 희망이다. 과거 바간 왕조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미얀마가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풍요로운 삶의 나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중심에 한국의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가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  


- 글. 사진. 김동민. 한국문화재재단 국제교류팀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