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월간문화재

[2019.08] 현장 공무원에게 듣는 소규모 발굴조사 이야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7-31 조회수 : 2036
하단 내용 참조


Q. 소규모 발굴 현장에서 사업시행자와 대면하면서 일을 할텐데, 현장에서는 소규모 국비지원 발굴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 합니다.
 
이지원(부여군청)_국민들이 건축행위를 하기 전에 발굴조사를 시 행해야 하는 경우 대부분 반감을 갖고 계십니다. 문화재 발굴은 재산권의 피해, 규제라는 단어와 같습니다. 저 역시 문화재 분 야에서 일하지 않고 건축행위를 하는 당사자였다면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

황종현(경산시청)__사실 개발과정에서 매장문화재 조사로 인해 국 민들이 체감하는 시간과 경제적 부담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부터 소규모 발굴조사 국비지원 사업이 시 행되면서 소규모 사업에 대해 적지 않은 혜택을 받고 있어 다행 입니다.

신경애(공주시청)_개발에 따른 발굴 비용을 공사 시행자가 부담해 야 하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의 기본 전제에 도 불구하고 일부 소규모 건설공사에 대해 국가에서 조사 경비 를 지원해 줌으로써 많은 사업 시행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뿐 아니라 매장문화재 보존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입 니다.

이지원_소규모 발굴 지원 사업은 문화재 분야에 있어 국비 지원 을 통해 민원인의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문화재 발굴에 대한 국 민들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주는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매장문화재 조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고, 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는 말씀이군요. 이러한 사업을 담당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을 텐데요.
 
황종현_경산시에서는 지난 2015년 대동 57-1번지 유적에서 삼국 시대 경산 지역의 최고 지배자 무덤이 소규모 국비지원 사업으 로 발굴됐습니다. 금동관, 금제 귀걸이, 은제 허리띠 같은 화려한 금공예품과 토기 등 5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고요. 유물뿐만 아니라 무덤의 주인공과 순장자 인골이 출토돼 삼국시대 사회 모습을 밝히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됐습니다.

이지원_한번은 민원인이 건축 관련 상의를 하러 오신 적이 있었 습니다. 발굴조사가 필요한 대상지였는데 비용 때문에 걱정이 많으셨어요. 그런데 다행히 국비발굴 지원이 가능한 규모여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나라에서 조사비용을 지원해 드린다 고 안내를 해 드렸습니다. 한시름 걱정을 덜었다고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가 뭉클한 적이 있습니다.

신경애_공주시는 구시가지로 불리는 반죽동 일대를 중심으로 고 도 보존사업의 일환으로 건물과 담장 등을 한옥으로 개선하는 주민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보물 제150호 공 주 반죽동 당간지주가 위치하고 있어, 백제 사찰로 삼국사기에 처음으로 보이는 대통사지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오래된 시가지로 주거밀집 지역이어서 대통사지에 대한 고고학 적 조사가 이루어질 수 없는 여건이었습니다. 다행히 한옥 신축 에 따른 소규모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Q. 이렇게 의미 있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사업이지만 현장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이 있지 않을까요?
 
신경애_금년 들어 소규모 발굴 조사 신청 후 대기기간이 상당히 단축돼 민원이 많이 줄어든 점은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원_현재는 조사비용 지원이 1인당 1회이고, 건축목적이 다른 경우에 한해 5년 경과 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1회로 한정하지 말고 확대해 달라는 의견을 종종 듣곤 합니다. 지원 횟수 를 늘린다면 문화재 발굴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황종현_기초자치단체에서 매장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개인적 으로는 고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매장문화재의 보존과 무분 별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민간에서 발생하 는 모든 사업에 대한 발굴조사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때가 빨 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끝으로 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업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지원_민원인들에게 ‘발굴은 규제다’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조사는 국가가 국민에게 지원을 해 주 기 때문에 매장문화재 조사 홍보의 측면에서 가장 좋은 정책이 라고 생각됩니다.
얼핏 언론이나 인터넷 홍보가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 제는 건축사사무소를 대상으로 교육 및 홍보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이 건축을 시행할 경우 건축사 사무소에 위임해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신경애_국민들은 아직도 매장문화재 조사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 고, 무조건 개발을 제한한다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 다. 그러나 소규모 조사를 많이 접하면서 조사 경비의 국비지원 은 물론 빠른 시간 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부분 주택 신축 등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매장문화 재 조사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완화됐다고 생각합니다.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지만 일선 담당 공무원과 매장문화재 조 사기관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 히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공식적인 채널에서의 교육이 필요하 고, 서울이나 특정 지역이 아닌 지역별 교육을 통해 참여 기회를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현장에서 소규모 발굴업무를 담당하는 현직 공무원의 의견을 담았다. 개별적 인 서면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으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대담 형식으로 재구 성했다. 인터뷰에 응해 준 황종현(경산시청) 신경애(공주시청) 이지원(부여군청)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글. 사진.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조사연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