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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 시조에 선율 붙여 노래하는 ‘가곡’, 잔잔한 울림을 주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02 조회수 : 2259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김영기 상세 내용 하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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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 3대 전통 음악이 판소리·범패·가곡이다. a남도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서민의 노래이며, 범패는 불교 음악이다. 그리고 ‘가곡’은 우리 고유의 시에 곡을 붙여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다.
김영기 선생은 “전통 가곡은 소리를 길게 늘여서 부르는 매우 느린 노래”라면서 “소리가 느리게 이어져 호흡이 길고 안정감을 주기에, 그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들으면서 우아한 선율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자가 부르는 가곡을 ‘남창가’, 여자가 부르는 가곡을 ‘여창가’라고 한다. 가곡의 연주는 거문고, 가야금, 해금, 단소, 장구 등의 악기로 구성된다. 2001년 가곡 예능보유자가 된 김영기 선생은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펼치며 가곡의 대중화에 힘쓰고 후학 양성과 가곡의 계승·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전통 가곡,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
 
1969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가곡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김영기 선생은 “2010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1주년 되는 해에 가곡을 모두 모아서 축제 같은 공연을 주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통 음악인 가곡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들려 주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밝혔다. “가곡 예능보유자로서 저의 임무는 무엇보다 ‘가곡’이라는 아름다운 우리 음악을 전승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가곡의 이수자·전수자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수관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가곡 강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대중이 가곡을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도록 영상과 그림, 해설, 극형식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공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정기적으로 가곡 공개행사와 기획행사 외에 인류무형문화유산 행사도 열고 있으며, ‘찾아가는 음악회’로 대중이 가곡을 쉽게 접하게 하고 대학에도 출강해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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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사랑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가곡’의 세계에
 
어릴 때부터 국악을 무척 사랑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자연스럽게 국악중학교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일찌감치 재능이 남달랐던 맏딸이 장차 국악을 전공하기를 바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김월화 선생님 댁에 문하생으로 들어갔어요. 스승님에게 배우면서 정갈하고 단아한 모습까지 닮고 싶어졌어요. 당시 어린 명창들이 판소리를 했지만 저는 매우 느리면서 우아한 느낌을 주는 가곡에 끌렸어요. 남들은 ‘어린 애가 그 느린노래를 어떻게 하냐?’고 의아해했지만, 저는 가곡의 매력에 빠졌고 매번 배워 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전통 가곡과 김영기 선생은 하나의 몸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가곡은 시를 길게 노래하는 것이기에 절제미가 있고 시의 의미까지 천천히 음미할 수 있습니다. 차분하고 절제된 소리에서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데, 이는 우리 전통 가곡의 큰 매력입니다.”


가곡으로, 존재 가치 느끼고 마음까지 정화시켜
 
현재 전통 가곡을 하는 사람이 매우 적고, 이를 알고 듣는 이들도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가곡을 한다는 것은 홀로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외롭고도 힘든 일이다. 평생 가곡을 해 온 김영기 선생은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직까지 우리 가곡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전공하는 사람도 매우 적은 게 현실이에요. 달리 보면 가곡은 그만큼 희소성이 있고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곡이라는 한 길을 걸어오면서 외롭기도 했지만 가곡을 함으로써 나의 가치를 발견하고 마음까지 스스로 정화되는 기분을 느꼈어요. 국악을 듣는 이들이 늘어나고, 국악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지나면 다양한 전통 음악에도 서서히 빠져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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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가곡의 진면목 보여줄 공연 준비
 
나라의 국격을 높이고 가치를 빛내는 것은 바로 ‘문화’다. 특히 그 나라의 전통 문화는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된다. 2010년 가곡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은 김영기 선생에게 벅찬 기쁨과 감격을 안겨 주었다.
“우리 음악을 세계에서 먼저 알아주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고 영광스러웠습니다. 우리나라 음악이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음악 ‘가곡’은 예술적 가치가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요. 제가 가곡을 처음 배운 1970년대에도 희귀했는데, 지금까지 여전히 희귀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가곡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주니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어느덧 새해 2020년이면 가곡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꼭 10년이 된다. 김영기 선생은 “내년에는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기념해 가곡의 진면목을 느끼는 성대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 ‘가곡’을 국내외에 뿌리내리겠다”는 뜨거운 가슴으로 오늘도 정진하고 있다.




- 글. 허주희 사진. 안호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