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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봄, 여름호-동물의왕국] 지키다-사찰 곳곳을 수호하는 동물
작성자 : 재단관리자 작성일 : 2021-09-30 조회수 : 3190


(지키다-3_사진01)장흥 보림사 _ 사진 석진화


장흥 보림사 _ 사진 석진화 



사찰에 가면 불국정토로 안내하는 일주문부터 불법을 수호하는 네 명의 외호신(外護神)이 사는 천왕문을 지나 부처의 사리와 불경을 봉안한 불 탑과 석가모니 부처가 사는 웅장한 대웅전이 차례로 나타난다. 불상 주변을 들여다보면 익살스러운 표정의 코끼리와 늠름한 모습의 사자, 신비 로운 목소리의 가릉빈가(迦陵頻伽,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 돼지, 물고기 등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찰 곳곳에서 자리를 지키는 동물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글_ 김다은(한국금융사박물관 학예사)



사찰 곳곳을 수호하는 동물


(지키다-3_사진02)장육사 극락전 벽화 문수보살 _ 불광미디어

장육사 극락전 벽화 문수보살 _ 불광미디어



불교와 동물의 인연


불교에서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동물을 높이 평가 했다. 그들은 집착이나 욕망이 없고 모든 존재와 조화롭게 상생 관계를 이어간다. 이러한 동물에 대한 인식은 종교적 의미로 확 대되어 동물을 통해 진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일화는 『전등록(傳燈錄)』, 『조당집(祖堂 集)』 등의 불서(佛書)에 등장한다. 기록에는 “동물도 불성(佛性) 을 지니고 있으며 법(法)을알아듣는 중생으로 이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울음소리로 설법하여 깨우침을 얻도록 했다”라고 나와 있다. 또한, 수행자는 동물과 함께 진리를 이해하고, 수 행하는 친구나 제자로서 동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고 위기에 처한 동물을 도와주기도 하는 등 수행자와 동물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당대 승려인 혜충(慧忠)의 일화를 살펴보면 “장손(長孫)이라 는 태수가 혜충에 찾아와 제자가 몇이냐고 묻자 혜충은 서넛쯤 된 다고 했다. 제자들을 볼 수 있느냐는 장손의 요청에 선사는 선상(禪床, 선종에서 설법하는 승려가 올라앉는 법상)을 탁탁 쳤는데 그러자 호랑이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나타났다”라고 나와 있다. 이렇듯 맹수들을 제자로 삼았다는 기록은 동물과 정신적 가치 를 함께 나누고 그들의 본성도 선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말한다.이러한 기록들을 통해 동물을 한낱 미물로 보지 않고, 진리를 아는 본성과 내재적 가치를 인정하는 불교의 동물에 대한 평등 의식과 존엄성을 알 수 있다. 


불교에는 ‘육도윤회(六道輪廻)’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모든 생명이 번뇌와 업(業)에 따라 불법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지옥, 아귀, 축 생, 인간, 아수라, 천상 육도의 세상에서 끊임없이 윤회전생(輪廻 轉生) 즉, 여섯 가지 세계로 수레바퀴가 돌듯이 계속 태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서는 동물보다는 축생(畜生, 사람이 기르는 온갖 짐 승)이라는 어휘가 눈에 띈다. 축생이라는 단어에는 동물을 기르는 생명체로 이해하여 자비를 베풀어 구제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는 동물과 인간은 서로 생사의 연관성이 있음 을 보여준다. 동물은 때로는 전생의 부모로, 반대로 인간은 전생 의 동물로도 그려진다. 불교의 ‘윤회’라는 과정을 통해 종(種)이 라는 경계를 넘어 동물에게도 사후 세계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생명체 간의 윤리 존중과 평등을 가지는 것이다. 


불국정토의 동물들


동물은 선사시대부터 풍요와 다산 등 상징성을 부여하여 토 테미즘, 샤머니즘, 애니미즘과 같은 주술적 행위와 함께 신성한 존재로서 인류의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불교에 동물이 처음 등 장한것은 경전이나 불교 건축물인 사원, 탑(塔) 그리고 불교조 각(佛敎彫刻, 주로 예배의 대상이 되는 불타를 포함한 모든 상 을 의미)을 통해서다. 


인도 무불상 시대에 건립된 초기 스투파나 석굴사원, 신상 조형 등의 건축에서 다양한 동물의 도상이 나타난다. 무불상 시대는 경전이 본격적으로 정비되기 전이자 불상 출현 이전 시기로 석 가모니의 말씀과 그의 일대기가 도상으로 제작되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됐다. 이를 동물화생(動物化生) 이라 하는데, 즉 동물의 신체에서 영험한 기운이 발생하여 그 기 운에서 생명체가 비롯되거나 동물의 입이나 배꼽에서 꽃줄기가 발원하고 다시 거기서 만물이 생겨나는 탄생으로 표현된다. 동 물은 석굴사원, 탑, 불보살에 장엄하는 모티브로서 석굴사원의 내부를 보호하고, 수호하고자 하는 시설물이나 출입문, 난간,감 실 테두리에 배치되었다. 또한 불보살의 광배, 대좌, 터번 등의 장 식에도 나타났다. 스투파나 석굴사원에 표현된 사자·코끼리 ·거북 의 입이나 몸에서 꽃봉오리, 꽃줄기가 나오는 모습은 상서로움과 풍요, 막강한 힘을 상징하며 특히, 거북은 장수와 다산의 상징으 로 탄생시키는 생명력의 화신이었다. 


동물은 석가의 전생이나 부덕한 중생을 비유해 의인화되어 등장 하는데 무불상 시대의 산물인 『본생경(本生經)』이 그러하다. 인 도 산스크리트어로 『자타카(Jataka)』라고 칭하며, 석가가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에 천인(天人), 국왕, 대신, 서민 또는 동물 등으로 생을 거듭하며 선행과공덕을 행한 전생 이야기로서 경전에서 동물은 중요한 모티프적인 역할을 하여 불교의 교리를 전달하고 중생을 교화했다. 이렇듯 동물은 설화나 경전, 불교미술에 등장 하며 상징성과 의미를 내포한다. 특히나 사찰의 유물 속에서 동 물은 불법을 수호하거나 석가나 보살을 상징하는 화신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지키다-3_사진03)장육사 극락전 벽화 보현보살 _ 불광미디어

장육사 극락전 벽화 보현보살 _ 불광미디어



불음(佛音), 부처의 말씀을 전하는 동물들

사찰에서 의례 또는 의식을 행하거나 예불을 드릴 때 사용하 는 대표적인 의식법구로 불전사물(佛殿四物)이 있다. 사중사물 (寺中四物)이라고도 하며, 사물에는 범종(梵鐘), 법고(法鼓), 목 어(木魚), 운판(雲版)이 있는데 여기에도 용, 물고기, 새 등 각종 동물이 산다. 


축생을 구제하는 용의 우두머리 ‘기룡 (夔龍)’ | 불교의식에서 는 가장 먼저 법고를 울린다. 법고의몸통에는 용을 단독으로 그 리거나 구름과 함께 배치하는데 그 용을 기룡이라고 한다. 중국 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 의하면 기룡은 용의 우두머리로 먹거나 마시는 데 절도가 있고, 더러운 곳에서 노닐 지 않는다고 하며 기룡의 가죽으로 만든 북을 치면 소리가 오백 리까지 들린다고 한다. 북통에 용을 배치한 것은 북소리가 널리 울려 퍼지듯이 불법의 진리로 중생의 마음을 구제하려는 의미다. 



(지키다-3_사진05)통도사 법고 _ 문화콘텐츠닷컴

통도사 법고 _ 문화콘텐츠닷컴

(지키다-3_사진04)상원사 동종 용뉴부분 _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상원사 동종 용뉴부분 _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겁쟁이 용과 ‘고래 (鯨魚)’ | 범종의 꼭대기에는 용의 아들 포뢰 (浦牢, 용처럼 생긴 상상의 동물)가새겨져 있다. 용생구자설(龍 生九子設)에 의하면 용은 아홉 마리의 아들이 있는데 각기 독특 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중 포뢰는 바다에 사는 고래를 가장 무서워해 공격을 받으면 놀라 크게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범종의 꼭대기 용뉴에 포뢰를 배치하여 고래 모양의 당(撞)으로종을 치는 행위는 고래로 용 을 들이받아 놀라 크고 우렁찬 종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 포뢰 의울음소리는 중생들의 마음을 안정시켜 평화롭게 한다는 의 미를 담고 있다.


잠들지 않는 수행자, ‘물고기’ | 물고기는 사찰 전각의 기둥, 공 포, 천장, 풍경의 추 등에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됐다. 특히, 어고(魚鼓), 어판(魚板)이라고 불리는 목어가 대표적이다. 목어를 만든 확실한 기록은 당나라 백장선사가 정한 선원 생활 계율인 『백장청규』를 살펴보면 “목어를 만들어식당이나 창고에 걸어두고 공양 시간을 알리거나 대중을 모이게 하는 신호용으로 쓴다” 라고 되어 있다. 나무로 만든 물고기 형태였으나 차츰 용의 머리 에, 몸은 비늘과 지느러미로 만들어졌다. 목어는 속을 텅 비워 욕 심이 없는 수행자의 모습을 상징한다. 물고기가 잠을 잘 때도 눈 을 감지 않은 습성 때문에 이를 본받아 끊임없이 정진(精進)에 힘 쓰고 노력하라는 의미를 지닌다.


하늘을 나는 ‘날짐승’을 위한 소리 | 운판은 구름 형상의 동판 이며, 구름은 하늘에 있는 물건이므로, 중생구제의 상징으로는 날짐승 즉, 조류를 담당한다. 조류에까지 석가의 가르침이 전해 지기를 기원한 것으로 허공에서 헤매는 중생, 하늘을 나는 날짐 승의 고통을 들어준다. 범종은 인간에게 부처의 말씀을 전해주는 상징, 법고는 네발 가진 길짐승을 일깨우고, 목어는 물에 사는 물고기들을 깨우며 운 판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짐승을 깨우는 소리를 말한다. 



(지키다-3_사진08)파주 보광사 목어 _ 불광미디어

파주 보광사 목어_불광미디어

(지키다-3_사진06)통도사 운판 _ 문화콘텐츠닷컴

통도사 운판_문화콘텐츠닷컴



불국토의 중심, 대웅전을 지키는 동물들

상서로움의 상징 ‘코끼리’ | 코끼리는 동물 중에서 가장 현 명한 동물이다. 석가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여섯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석가를 잉태 하여 불교에서는 코끼리를 신성한 동물로 여긴다. 코끼리는 보현 보살이 타는 동물로서 고귀한 신분의 이동수단을 뜻하기도 한 다. 보현보살은 중생을 석가의 세계로 인도하는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정진하는 보살이고, 코끼리는 거칠 것 없이 진리를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석가의 행원(行願, 몸으로 하는 수행과 마음으로 바라는 소원)을 수행하 며 보살을 모시는 수호와 정법을 향한 희생과 인내를 의미한다.



(지키다-3_사진07)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 _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 _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권위와 위엄의 ‘사자’ | 백수(百獸)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는 3 세기경 인도의 아소카왕 석주에 표현되기 시작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하여 불교와 관련된 다양한 석조물에 활용됐 다. 사자는 네발 달린 짐승 가운데 가장 용맹스럽고 절대적인 권 위를 과시한다. 또한, 영리하게 무리 지어 다른 동물을 사냥하 는 사자는 동물 중에서 제일 뛰어난 지혜를 갖추었다고 여겨졌 다.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모시는 동물로서 보살이 사자 위 에 앉거나 사자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있는모습으로 나타난다. 사 자는 부처를 모시면서 악귀를 물리치는 용감한 수호신으로 ‘불 도(佛道)의 개’라고도 불린다. 불탑이나 향로에 사자 조각이 많 은 이유도 불교의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탑 안에는 사리나 귀중 한 불교 유물을 담고 있어 사자의 용맹함으로 이를 외부로부터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신비로운 목소리를 지닌 ‘가릉빈가 (迦陵頻伽)’ | 가릉빈가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인두조신(人頭鳥身)의 일종이다. 상체인 머 리와 팔은 사람을 형상했고, 몸체는 비늘이 있으며 하체에 속하는 다리와 날개는 새의 모습이다. 극락정토에 살고 우는 소리가 매우 아름답고 묘하며, 석가의 소리를 전하는 묘음조(妙音鳥), 미 음조(美音鳥), 극락조(極樂鳥) 등의 이름이 있다. 그리고 석가의 목소리를 가릉빈가 소리에 비유해, 석가의 말씀을 널리 펴기 위 해 화현(化現, 불·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 로 여러 가지로 모양을 변하여 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한 새라 고도 한다. 사찰의 특정 장소를 불국토로 이상화하기 위한 수단 으로 불단, 수미단, 와당, 범종 등에 등장하며 일반적으로 불교공 예 속에 나타나는 가릉빈가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 로 나타나고 있다. 


삶의 반려자로서 동물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고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 이 달라지면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 됐다. 이것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이자 출발 점이다. 석가의 말씀을 담은 초기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약하고 강한 모든 생물도 나와 다름이 없고 나 역시도 그들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여 자기 몸에 견주어 보면서 생물을 죽여 서는안 된다. 또 다른 사람을 시켜 죽이게 해서도 안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모든 생명에 대해 자비심을 가지고 고통을 헤 아려 살피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모든 일체중생이 차별 없이 평 등하다는 석가의 말씀처럼 앞으로 동물과 인간의 더 나은 상생 과 미래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아닐까. 



참고문헌 

• 김다은, 「고려시대 불교미술(佛敎美術)에 나타난 동물 이미지에 대한 도상학적 해석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20권 5호, (사)한국기초조형학회,  2019. 

• 노승대,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불광출판사, 2019. 

• 서재영, 「선사들의 삶을 통해 본 동물의 도덕적 지위」, 『불교학보』 43권 46호, 동국대 학교 출판부, 2005. 

• 윤열수, 『신화 속 상상동물 열전』, 한국문화재재단, 2010. 

• 이강한 외 4인, 『한국의 동물상징』,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 

• 이해주, 「불교 조형물에 구현된 동물화생도생 고찰」, 『동양학』 66권0호,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