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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봄, 여름호-동물의왕국] 지키다-마을을 지키는 동물
작성자 : 재단관리자 작성일 : 2021-09-30 조회수 : 1467



마을을 지키는 동물



01. 산신도 _ 국립민속박물관


산신도 _ 국립민속박물관



인간은 끊임없이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면서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그것이 지속되고 축적되어 형성된 것을 문화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인 간은 생존을 위해 밤낮과 계절의 변화를 알아야 했고, 그에 따른 시간관념이 형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간 환경을 통해 생업 방식이 결정되어 야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생태적 환경에 대한 지식이 중요했다. 이러한 생태적 환경은 문화를 형성하는 물리적 기반에 해당하며, 인간의 정 신이 생태적 환경에 따른 인간의 몸에 근거하여 형성되고, 인간의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관념이 몸의 제약을 받는 것처럼, 생태적 환경과 문화 적 관념도 마찬가지이다. 즉 동물도 인간이 살아가는 생태적 환경에 근거하여 다양한 문화적 관념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문화 적 관념이라 함은 인간이 경험한 내용으로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경험을 근거로 형성된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경험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 간 삶의 세계는 자연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해 온 세계이고, 앞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행위를 하고 영향을 받을 세계인 것 이다. 그래서 그 경험은 생태적 환경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다. 


글_ 표인주(전남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생태적 환경에서 탄생한 수호신적인 동물


인간은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해 탄수화 물과 단백질을 어떻게 섭취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탄수화물 섭취 방법은 농경문화의 발전을, 단백질 섭취 방법은 유목문화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되었다. 동물은 인간에 게 단백질 섭취의 중요한 대상이었고, 그 가운데 문화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동물이 마을을 지킨다고 하는 관념이 형성되어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민속신앙에서 ‘지키다’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거나 감시 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삶에 필요하고 생산된 그 무엇을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마을을 지키는 동물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것을생산하는 동물이자 지키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대표적인 동물이 용과 호 랑이다. 물론물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즉, 물에서 생활하는 오 리는 풍수신앙에서 마을의 화재를 예방해 주는 동물이고, 그에 따라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동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적 환경으로 산과 물을 들 수 있 다. 산은 인간에게 생업의 공간이자 삶의 터전으로서 중요한 의 미를 갖는다. 특히 선사시대 이래로 산은 삶의 중요한 공간이었 고, 물 또한 인간에게 중요한 생명수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인간 이 수렵 채집 생활을 청산하고 산 아래로 이동하게 된것은 모두 가 물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인간이 본격적으로 농경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궁극적으로 인 간이 무엇보다도 생태적 자원으로 산수(山水)의 중요성을 갖게 하였다. 산수의 생태적 조건은 주거공간은 물론 생업 공간을 결 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한다. 이러한 생태적 환경을 토대로 삶 의 은유로서 동물의 상징적인 의미가 형성되었고, 즉 한국의 생 태적 환경을 근거로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특히 호랑이와 용이 다른동물에 비해 신성한 동물로서 수호신 적인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은 생태적인 환경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한다. 


신과 소통하고 불을 막아주는 오리


오리는 생태적인 것보다도 솟대와 연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솟대는 지역에 따라서 솔대, 거릿대, 연신대, 별신대, 갯대, 액맥이대, 짐대, 수살대, 오릿대 등으로 불린다. 솟대는 나무나 돌을 깎아 만든 새를 장대나 돌로 된 기둥 위에 올려놓은 신간 (神竿)으로 마을의 수호신이나 풍수적인성격을 갖는 신앙물이 다. 솟대 위에 올려놓은 새는 마을마다 다르지만 기러기나 오리 라고 생각한다. 기러기와 오리는 물과 친연성이 큰 조류이고, 화 재를 예방하기 위한 풍수적인 목적으로 활용되는 동물이다. 원 래 솟대의 새는 지상계와 천상계를 왕래하는 동물로서 신의 의 지를 인간에게 전달하고, 인간의 소망을 신에게 알리는 일종의 신과 신앙인의 영매(靈媒)로서 기능을 수행했다. 그에 따라 마 을 사람들은 솟대를 종교적인 수단으로 활용했을 것이고, 후대 에 오면서 풍수적인 기능이 덧붙여진 것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 져 있는 솟대는 풍수 목적으로 세워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 늘날에 이르러서는 솟대가 전통적인 관념보다도 목공예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지키다-4_사진02)솟대 _ 부평역사박물관


솟대 _ 부평역사박물관



재앙을 물리는 호랑이


호랑이는 야행성 활동을 통해 먹이사냥을 단독으로 하고 오 랜 역사 속에서 포악한 맹수로서 용맹성을 지닌 동물로 인식되 어 왔으며, 그 위상은 경남 울주군 언양면 대곡리 암각화를 비롯 해 경주 석장동 금장대 암각화 등 선사시대의 유적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산을 생활 근거지로 삼고 있는 호랑이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그것이 신앙적으로 재앙을 물리칠 수 있는 영물(靈物)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생업과 주거 공간 으로 산을 근거로 살아가는 인간은호랑이를 천신의 변이 형태 인 산신으로 신격화시켜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고, 나아가서는 정치적인 활용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단군신화에서 신화적 주인 공으로서 환인이 웅녀와 결혼하여 낳은아들이 단군이고, 단군 이 고조선을 세우고 죽어서 산신이 되었다고 하는 것은 호랑이 가 산신이자 산신이 호랑이임을 말해준다. 산신을 국가를 수호 하는 존재이자 민족을 통합하기 위한 정치적 통치수단으로 활용 한 것이다. 산신 숭배가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어 통일신라시대 산 악숭배를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 그것이고, 삼국이 불교국가가 되면서 산신신앙을 사찰에서 수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것은 호랑이를 신체로 삼고 있는 산신이 후대에 고을을 수호하는 존재이자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적인 존재로 확장되 고, 다양한 연중행사나 민속놀이, 속신과 속담, 생활용품에 투영 되어 생활 속에서 호랑이가 수호신적이면서 벽사신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물을 다스리는 용


용은 추상적인 동물이지만, 인간의 초월적인 존재가 신이듯 이, 동물의 초월적인 존재로서 용을 형상화했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용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동물의 맹수적인 요소를 차 용하여형상화하는 것은 신적인 모습으로 투사하기 위한 것이 고, 그 모습이 생활 속에서 경험되면서 자연스럽게 12동물과 함 께 인식되어 왔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용의 물리적 근원이 물이 라는 사실이다. 물은 바다이든 연못이든 우물이든 샘이든 대소 를 가리지 않고 용이 사는 곳이다. 물은 인간에게 생명수와 같은 생태적 자원으로서 용이 주관한다고 하는 관념, 곧 생산을 관장 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을 다스릴 수 있는 신이 용신이고, 용신은 용을 근거로형성된 생산신이면서 수호신적인 의미를 갖는다. 용신은 본래 생산신의 성격으로 출 발하였으나 불교의 영향을 받아 호국신 혹은 호법신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마을 수호신의 역할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용이 수호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한 것은 진흥왕 이후 통일신라를 전 후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특히 고려 건국신화에서 왕건이 용의 후예임을 강조하는 것은 용신숭배가 본격화되었음을 설명한다. 



무신도 _ 국립민속박물관

무신도 _ 국립민속박물관

서산 온석동 볏가릿대 내리기 행사 중 농악단의 서산 온석동 대동기 _ 국립민속박물관

서산 온석동 볏가릿대 내리기 행사 중 농악단의 서산 온석동 대동기 _ 국립민속박물관



이러한 용신은 무속신앙과 가택 신앙에서 중요한 신격으로서 그 위상이 높고, 민속놀이에서도 벽사신적인 역할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생산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관념을 형상화한 것 이 바로 줄다리기이다. 줄다리기는 주로 벼농사 지역에서 행해지 는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공동체적인 세시놀이다. 농경사회에 서 가장 중요한 신격의 하나가 바로 용신임을 말해주는 있는 것이다. 



(지키다-4_사진05)한국문화의집KOUS에서 열린 황해도철무리굿 공연 중 무녀가 입은 무복의 용문양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열린 황해도철무리굿 공연 중 무녀가 입은 무복의 용문양



변화하는 상징의 소비


이처럼 산신과 용신의 관념이 변화되면서 즉, 산신과 용신이 벽사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수호신적이며 생산신적인 의미가 중 요하게 지속되었던 것은 농업 노동을 근간으로 하는 농경사회이 었고, 산업노동을 근간으로 하는 근현대 사회에 와서는, 특히 한 국의 새마을운동을 경험하고 노동이 상품화되는 오늘에 이르러 서는 그 의미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것은 지식정보산업사 회에서 산신과 용신의 신앙적 관념보다도 <강력한 힘의 상징>인 문신(文身)인 타투로,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주로 힘의 결집체인 모임에서 혹은 개인의 이미지 만들기 차원에서 호랑이와 용을 활용한 <타투 스티커>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것은 호랑이와 용의 관념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 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 천진기, 『한국동물민속론』, 민속원, 2003. 

• 표인주, 「동물민속의 기호경험과 기호적 의미의 변화」, 『실천민속학』 제37호, 실천민속학 회, 2021. 

• 표인주, 『남도민속학』, 전남대학교출판부, 2014. 

• 표인주, 『체험주의 민속학』, 박이정,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