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유산정보 > 출판&자료 > 월간문화재 > 보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보기

  • 이달의 달 월간문화재
  • 무료구독신청
  • 정보수정
  • 구독해지
  • PDF 보기
보기 상세페이지
[2016.04]관례의 어제와 오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4-18 조회 1877
관례의 어제와 오늘


글.
표인주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행복한 삶을 위한 의례 장치, 일생의례
인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면서 문화를 창출해왔다. 인간의 생활양식이 일정 기간 동안 축적되어 문화가 형성되었다. 생활양식은 자연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을 경험하면서 그에 적합한 생활방식을 만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식물의 생장 주기나 동물의 성장 과정에 대한 경험은 인간 삶의 원리 형성에 근간이 되어왔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도덕적 가치를 획득하면서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고민해왔고, 그것은 사회적·역사적 환경에 따라 변화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간이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삶과 사후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사후의 삶은 현세의 삶이 바탕이 되어 계승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세의 삶을 의미 있게 지속할 수 있는 의례 장치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의례 장치를 다소 개념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생의례, 통과의례, 관혼상제 등으로 부른다.

일반적으로 일생의례는 다른 생활방식과는 달리 보수성이 강하다. 의식주를 비롯한 가족 및 마을 생활, 개인 및 공동체신앙, 유희적인 놀이 등은 빠른 속도로 변화되었지만 일생의례의 변화는 더딘 편이기 때문이다. 일생의례의 전통이라 함은 농경사회에서 형성된 의례 절차를 말하지만, 농촌사회가 도시 산업사회로 이행되고 공동체보다 개인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인 환경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교육 및 종교적인 환경과 의학적인 발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즉 인간의 교육적인 환경에 따라 일생의례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고, 불교나 기독교 등 종교의 영향을 받아 의례적인 행위가 바뀌었으며, 의학적인 발전이 일생의례의 약화를 가져왔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아이들의 조사早死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출산 및 육아의례가 생략되는가 하면, 의학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회갑잔치가 칠순잔치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인 차이는 크지만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성년식이라 할 수 있다.



사회 변화에도 지속되어온 성년식
성년식은 가족 구성원이 사회인의 자격을 획득하는 의례로서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적 절차이다. 어른이 되기 전에는 가족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어른이 되면 성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도록 해주는 의례가 필요하다. 성년식은 가족 구성원에서 사회인으로 확대되는, 즉 혈연공동체 구성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지연공동체의 일원이면서 독립적인 존재로서 사회적 의무와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의례로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한 까닭에 예나 지금이나 성년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성년식이 공법상의 선거권을 취득한 것을 비롯해 본인의 행위에 대한 사법적 모든 책임을 질 수 있으며, 부모의 동의 없이 혼인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이처럼 성년이 되었다는 것은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삶의 규범과 가치관을 익혔음을 의미하고, 생활의 질서와 삶의 지식을 갖춘 독립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

고대 사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신라시대에는 중국의 제도를 본받아 관복을 입혔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태자에게 원복을 입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러다 고려말에 <주자가례>가 도입되면서 사대부에서는 관례를 거행하고, 조선시대에는 일반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었다. 성년식은 계층에 따라 성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데, 양반가에서는 남자가 15세에서 20세 사이에 관례를, 여자는 15세 무렵에 계례를 거행했고, 농가에서는 17세 무렵에 어른 농군으로서 진새례와 같은 성년식을 거행했다. 특수한 계층이지만 기생은 소녀 시절부터 노래, 춤, 악기, 시, 서화 등 교육을 받으며 15세가 되면 성년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기생의 업무에 종사했고, 궁중의 궁녀는 입궁 후 15년이 되면 계례를 치르고 정식 나인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례편람>의 관례에 준하여 15세에서 20세 사이에 성년식을 거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례도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단발령 시행으로 약화되었고, 성년의례는 혼례에 흡수되어 그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지역이나 마을 단위로 성년의례를 거행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국가 차원에서 ‘성년의 날’ 부활은 1973년 이후이다. 1973년 4월 20일을 성년의 날로 지정했다가 1975년에 5월 6일로 변경하였고, 1985년에는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지정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례와 계례의 본질과 빈(賓)의 역할
관례는 조선시대의 성년의례로서 택일擇日, 준비準備, 초가례初加禮, 재가례再加禮, 삼가례三加禮, 초례醮禮, 자관자례字冠者
禮, 현우사당見于祠堂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관례는 가장家長이 사당에 모신 조상께 먼저 고하고, 빈賓과 관례자의 관계 속에서 초가례부터 자관자례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매 절차마다 빈이 관례자에게 축사를 한다. 예컨대 초가례에서는 “어린 뜻을 버리고
덕을 이루어 오래 살고 복을 받으라”는 축사를 해주고, 재가례에서는 “삼가 위엄을 갖추고 덕으로 행동하여 오래 살고 큰복을 받으라”는 축사를, 삼가례에서는 “형제간에 화목하고 덕을 이루어 오랫동안 평안하도록 하늘의 축복을 받으라”는 내용의 축사를 해준다. 관례자가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초례와 자字를 지어주는 자관자례에서도 빈이 관례자에게 축사를 한다. 이처럼 빈이 관례자에게 축사를 해줄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종손宗孫가운데 어질고 예법을 잘 아는 사람을 골라 빈으로 삼아야 한다.
빈이 어질고 예법을 잘 안다는 것은 조상을 잘 받들고 윗사람을 섬길 줄 알며 아랫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신체적으로 강건하며 자손이 번창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의례는 물론 생활의 규범을 잘 수용하고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어
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관례에서 빈을 모시는 준비 절차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빈은 결혼식에서 모시는 주례나, 출산의례에서 출산할 아이를 받아줄 산받이처럼 다복하고 덕망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모든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본받을 만한 사람을 빈으로 모시고, 성년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족 및 사회적 책무와 의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가르침을 받는 의례적 절차가 바로 관례인 셈이다.

관례를 거행하면서 초가례부터 삼가례는 의복으로 심의深衣에 대대大帶, 조삼皁衫과 도포道袍, 청삼靑衫에 사대絲帶를 착용하고, 관冠은 치포관緇布冠과 복건, 망건과 갓을 씌우는 의례로진행된다. 관례에서 관과 예복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성인의 성대한 의식을 나타내는 표지標識이기 때문이다. 예복을 성대하게 갖추어 입는 것은 의식을 존중하고 의식에 참여하는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는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례는 빈의 축사에서 알 수 있듯이 성인으로서 덕을 이루는 것, 삼가 위엄을 갖추고 덕으로 행동하는 것, 형제간에 화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남을 배려하고, 혈연과 지연의 공동체를 의식하면서 책임감을 일깨우는 의식이 바로 관례임을 알 수 있다. 자관자례가 끝난 후 가장이 성인이 된 당사자를 사당에 데리고 가서 조상께 고하고, 일가 어른들에게 절을 올림으로써 완전한 성인이 되는 것이다.

계례는 남자의 관례처럼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혼례속에 흡수되어 실행한 경우가 많았다. 계례도 관례처럼 주례를 맡아줄 빈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빈은 친인척 여자 중에서 어질고 예법을 잘 아는 사람을 골라 모신다. 계례를 치르기 위해 배자背子와 관冠 - 족두리, 계笄 - 비녀를 준비하고, 계례자는 쌍계雙紒 - 두 갈래 머리를 하고 삼자衫子를 입는다. 빈이 축사를 하고 계례자의 머리를 풀어 쪽을 만들어 관을 씌운 다음 비녀를 꽂아준다. 이어 초례를 하는데 관례와 같이 술 한잔을 내리면 성인이 된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축하하는 뜻에서 받아 마신다. 마지막으로 관례처럼 자관자례를 거행하고 사당에 가서 조상께 고한후 빈과 일가친척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계례자는 완전한 성인이 되는 것이다.

노동력이 평가 기준이 되는 농군의 성인의례
진새례는 농가에서 어린 농군이 17세 무렵에 어른 농군으로서 노동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의례이다. 이 의례를 거친 성인 농군은 두레 작업에 참여할 수 있고, 품앗이에서도 성인 농군의 대접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머슴살이에서도 진새례를 치른 머슴은 어른 몫에 해당하는 새경을 받는다. 진새례에서 노동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은 들독을 들어 어깨 위로 넘기거나 들독을 안고 일정한 목적지를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김매기 능력이나 똥장군을 짊어지게 하여 노동능력을 시험해보기도 한다. 주로 7월 백중 무렵에 하는데, 진새례가 되면 음식을 준비해서 동네 어른들에게 대접한다. 하지만 농경법과 농기구가 발달하면서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꽃을 선물하고 술을 마시는 성인의 날
아쉽게도 오늘날 생활 속에서 관례를 비롯한 계례나 진새례 같은 성인의례가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에 성균관이나 문화원을 비롯한 향교에서 전통적인 성년의례 체험이라는 차원에서 성년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성년의 날을 기념하여 행사를 하기도 하나 실제 생활 속에서는 성년의 날이 단순히 성년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정도이고, 성년이 되는 사람에게 장미꽃이나 향수를 선물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성년의 날 행사에서 전통적인 성년식에서처럼 빈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없다는 점이다. 어른의 가르침은 없고 성년 당사자들만 참여하는 행사는 성년식의 본질은 희석되고 이벤트성 행사로만 그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오늘날 성년의 날 행사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례적인 절차이고, 그 본질적인 의미가 기본 바탕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