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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 있는 우리 회화의 아름다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04 조회수 :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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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근현대 서화가 주류


회화 전문 박물관인 조선미술박물관은 4층 건물이고 총 26개의 전시실에는 고대부터 근현대 서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진본이지만 간혹 모사본을 전시하는데, 어쩌다 이곳을 방문했던 이들은 이것만 보고 북한의 박물관은 모사품이나 복제품만 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실제 1970~1980년대에 우리 미술은 추상미술이나 개념미술이 유행했던 데 비해 그들은 리얼리즘이 여전히 강세여서 모사본임에도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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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模寫圖)의 보고

조선미술박물관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작품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사도가 있다. 해방 이후 북한에서는 평양 일대와 황해도 일대는 물론이고 만주지역의 고구려 고분벽화까지 열정적으로 모사해 상당수의 작품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이미 50~60년 전에 그린 것이다. 예전에 그려 오늘에 이른 작품들의 진가는 더욱 발휘된다. 그것은 고분벽화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차 훼손되는 데 따른 결과다.
주지하다시피 고구려 고분벽화들은 발굴해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서 훼손이 가속화된다. 결국 발견 당시 볼 수 있던 웅건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는 점차 없어져, 근래 촬영한 벽화를 보면 무엇이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조선미술박물관은 수많은 고분의 벽화를 모사한 모사본을 소장하고 있다. 무용총, 각저총, 쌍영총, 강서대묘, 안악3호분, 통구 제12호분, 집안 제4·5호분, 진파리 제2호분 등 너무 유명한 고분의 벽화 모사도가 망라돼 있다. 벽화의 훼손을 막기 위해 고분을 폐쇄한 지금, 이 모사도는 진본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소중한 문화유물로 평가된다.



조선을 대표하는 회화

조선미술관에는 안견, 이암, 신사임당, 정선, 김홍도, 신윤복, 변상벽, 장승업 등이 그린 아기자기한 영모화조화가 여럿 소장돼 있다. 그중에는 길이 356㎝의 『평양도』나 434㎝의 『강화도행렬』과 같은 대형 작품도 있다. 더욱이 이 두 작품은 남한에는 소장돼 있지 않아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대작 중의 대작이다. 



월북작가들의 작품

소장품으로 미루어 보면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근대미술관 및 국립현대미술관의 성격이 섞여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유물로 지정된 것을 보면 국보유물 76점과 준국보유물 57점 등 모두 133점이 해당돼 조선시대의 회화박물관으로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무엇보다도 조선미술박물관은 해방 전 이도영이나 안중식 같은 작가의 작품도 있으나, 해방 이후 월북한 정종여 같은 작가의 작품도 있다. 조선화의 정영만, 유화의 노준기, 자수의 이원인, 청자를 재현한 김성택 등이 그들이다. 북조선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조선화를 비롯해 유화 그리고 조각이나 판화 및 공예 등이 전시돼 있어 주목된다.

 

- 글. 장경희. 한서대학교 교수. 문화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