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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 캄보디아프레아피투 복원정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04 조회수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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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닮은 나라, 캄보디아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역사가 닮았다. 한때는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지만, 우리나라처럼 외세에 의한 식민지 침탈이 있었다. 이후에는 민족의 아픔인 내전을 겪으며 많은 부모와 형제들을 잃었다. 지금의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의 1960~70년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닮았다. 현재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군부가 정권을 독점하고 있으나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아직은 내전으로 인한 고통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지 현재의 상태만이라도 유지하려는 기성세대가 나라를 이끌고 있다.
캄보디아 사업을 수행하면서 40~50대의 관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거의 대부분이 내전 당시 가족 구성원을 적어도 한 명 이상은 잃었거나 아직까지도 행방불명인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금 자기 가족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국내 초청연수를 진행하면서 이들과 함께 국가기록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세계기록유산인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영상으로 나오고 있었다. 설명 도중 자리를 비우는 이들이 몇몇 보여 나중에 물어 보니 “기록물을 보면서 잃어버린 가족이 생각나서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한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앙코르 유적, 앙코르 와트란 이름으로 친숙한 이 유적지는 대한민국 국민 중 상당수가 한 번쯤은 찾아본 관광지이다. 가 보지는 않았어도 죽기 전에 꼭 가 보고 싶은 곳으로 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앙코르 유적은 고대 크메르 제국 당시 건축이 되었으며 12세기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앙코르 유적은 401㎢의 면적에 총 91개의 사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후 조사를 통해 400개가 넘는 사원이 확인되고 있으며, 조사를 거듭하면 할수록 그 숫자는 늘고 있다.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해석이 불가능한 일들이 그 당시에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히 고도의 기술이 있었다는 증거인데, 아쉽게도 기록물이 대다수 유실되면서 아직까지 많은 학자들이 풀이를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세계 각국들이 앙코르 유적의 보수를 위해 참여를 하였고, 우리나라도 2015년에 17번째 나라로 이 ‘문화재 보존 올림픽’에 참여하게 되었다.  



프레아피투 사원

2015년 앙코르 유적 중 ‘프레아피투’ 사원이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지원요청을 받은 사원이다. 사원의 선정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어떤 유적지를 배정할지에 대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었다. 이미 유명한 유적지는 다른 나라들이 임무를 맡아 보수를 하였거나 보수 중에 있는 상황에서, 주요 유적지에서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는 대형 사원을 배정할 것인지 아니면 주요 유적지 내에 사원군을 배정할 것인지를논의하였다. 결론은 후자였다. 주요 유적지 안에 있었지만 다른 나라들이 참여하기를 어려워했던 사원, 프레아피투였다.
프레아피투 사원은 총 5개의 사원과 부속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사원의 이름은 T·U·X·V·Y이며, 4개의 힌두교사원과 1개의 불교사원이 있다. 알파벳으로 된 이유는 발견 당시 일련번호를 임시로 붙인 게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것인데, 이번 1차 사업을 수행하면서 본래의 명칭을 알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각 사원은 자기만의 특징이 있다. 그 예로 불교사원인 X사원 내부의 불상은 우리나라의 ‘항마촉지인’을 한 불상과 매우 유사하다. 앙코르 유적의 건물 중 유일하게 불상의 얼굴이 잘 보존되어 있는 사원으로서 역사학적으로나 미술사학적으로 매우 귀중한 연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프레아피투 사원이 포스트 앙코르 시대의 건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Y사원은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을 사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장방형 평면을 가진 사원으로서 건물의 지붕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목재 지붕의 형태를 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원의 특징이 매우 흥미롭다. 미술사를 연구하는 한 교수의 추정에 의하면 동남아의 기록에는 남아 있지만 아직까지 실물로 발견되지 않은 유일한 건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밝혀진다면 학계에서도 큰 발견으로 평가될 듯하다.
현재까지 이 시대에 대한 연구가 없어서 대한민국의 연구가 곧 새로운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후발 주자로 앙코르 유적 복원에 참여한 나라이지만 단시간에 이 분야의 중추적인 나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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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아피투 테라스 복원

프레아피투 테라스 보수는 1차 사업의 한 과업으로서 사원T의 정면에 있는 테라스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이 테라스는 신의 영역인 신전과 인간의 영역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어 당시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그만큼 사람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건물이다. 북쪽과 남쪽이 해자와 연결되어 있어 물과 사람으로 인한 간접적이 피해를 많이 받은 건물이다.
테라스의 보수는 유네스코의 기본 원칙에 입각하여 복원 계획을 세워 진행하였다. ICC-Angkor 회의를 통하여 권고받은 사항을잘 이행하며 캄보디아 전문가들과 셀 수 없을 정도의 회의와 토의를 거치면서 복원 사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대한민국의 사업임을 분명히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수행하고 있는 ‘미륵사지 복원사업’의 기술력을 차용하여 적용하였다. 국제 전문가들은 이 방법론에 대하여 호평과 관심을 보였고, 대한민국의 문화재 보존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복원사업은 16개월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성공적으로 완료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문화재 복원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으며, 앞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기틀을 놓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현장 방문과 캄보디아 국왕 훈장 수훈

캄보디아 프레아피투 사업은 천운을 지닌 사업이다. 재단이 성공적으로 1차 사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ICC-Angkor의 25주년 기념식과 맞아떨어졌다. 앙코르 유적 복원과 관련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국왕 훈장이 수여되었는데, 39개의 훈장 중 한국팀에도 3개의 훈장이 주어졌다. 3년밖에 되지 않은 팀에 20년 넘게임무를 수행한 다른 국제팀보다 더 많은 훈장이 수여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공로를 캄보디아에서 인정해 줬다는 의미이다. 캄보디아 국왕이 직접 축하의 말을 전하고, 악수를 나누면서 “감사하다. 그리고 수고했다”라고도 말하였다.
문화사적으로 더욱 의미있는 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현장방문이 었는데, 통상 10년 만에 이루어지는 국빈방문의 해가 금년이었다. 대통령은 유적복원 현장을 방문하여 “대통령으로서 매우 자랑스럽다. 대한민국의 사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또 다른 시작, 2차 사업

2018년 1차 사업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2차 사업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 필자의 앙코르 유적 첫 방문은 1998년 중학생 때였다. 그때에는 ‘문화재 문외한’이라 생각 없이 유적을 함부로 만지고 밟고 올라서기도 하였다. 그러던 철부지가 20년 만에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 프레아피투 복원사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 글. 사진. 김지서. 캄보디아 프레아피투 현장소장 / 한국문화재재단 국제교류팀 부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