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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화재

[2019.06] 라오스홍낭시다 보존복원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6-04 조회수 : 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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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공주의 방, 홍낭시다

홍낭시다 유적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참파삭 문화경관 내 왓푸사원과 고대주거지(Vat Phou and Associated Ancient Settlements within the Champasak Cultural Landscape)’에 속하는 사원으로 12세기에 건립되었다. 라오스어로 ‘시다공주의 방’이라는 뜻의 홍낭시다(Hong Nang Sida)는 왓푸사원에서 시작하여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으로 연결되는 고대 길(Ancient Road)의 출발점에 위치한다. 성지순례와 관련된 활동을 했던 사원으로 추정된다.
홍낭시다 사원의 기원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서 그 연관성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인도 문화가 외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라마야나’도 세계 곳곳에 널리 전파되어, 각 지역의 문화에 맞게 번안 및 각색되었다. 라오스 참파삭 지역에서는 ‘낭시다와 카타남(Nang Sida & Katthanam)’이라는 이름의 이야기로 구전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라오스의 캄만타(Khammanta) 왕이 식인괴물에게 잡혀먹을 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그의 딸인 시다공주는 아버지를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며, 본인이 대신 제물로 바쳐지는 것 또한 감내했다. 이러한 시다공주의 아버지를 지켜내기 위한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홍낭시다 사원이 건립됐다는 것이다. 또한 시골마을의 청년 ‘카타남’은 제단(훗날 홍낭시다로 명명)에 제물로 바쳐져 위기에 처한 시다공주를 구하기 위해 홍낭시다에서 식인괴물과 7일 밤낮으로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괴물의 목을 쳐서 죽였다고 한다. 이후 카타남은 시다공주를 아내로 맞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대한민국 제1호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한국문화재재단은 2013년 10월, 사업 착수식을 개최하고 3년의 사전조사(모니터링, 발굴조사, 고증연구, 구조·지반 안정성 연구 등)와 2년간의 보수정비환경 구축 단계를 거쳐 현재 본격적인 사원 해체를 진행 중이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홍낭시다는 보존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진입로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일반차량으로는 유적까지 접근할 수 없었고, 사원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셀라(Cella, 신상 봉안소)는 완전히 붕괴돼 돌더미 상태였다. 사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붕괴되었고,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되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상황이었다.
홍낭시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우선 발굴조사와 고증연구를 통해 보존복원을 위한 기초조사를 실시하였다. 또한 보존처리를 위해 ‘석재보존처리장’을 구축했는데, 현지연수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홍낭시다의 기존 진입로는 우기가 되면 다리가 끊기거나, 진흙탕으로 변해 차량의 진출입이 어려웠고, 지역주민들도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와 같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다리를 보수하고, 진입로를 개선해서 현장 근무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도 편의를 제공하였다.추정에 의한 복원을 지양하고, 원부재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퇴적층에 묻혀있는 석재들을 수습하였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 동안 총 675개의 석재를 수습했고, 그 중 사원을 구성하는 주요부재(기둥, 주두, 인방재 등)를 찾을 수 있었다. 또한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가네샤(Ganesha), 가루다(Garuda), 나가(Naga) 등의 조각상과 수호신상도 발견했다. 이들은 홍낭시다 사원의 진정성 있는 복원을 위해 활용될 것이며, 사원의 가치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재단은 사원의 보존복원뿐만 아니라 라오스 문화유산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현지인력 역량 강화, 보존환경 인프라 구축, 보존처리장비 지원 등 서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수원기관인 왓푸세계유산사무소와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문화유산 조사와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를 지원하고, 연계 현지연수도 실시하여 지원한 장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문화유산 실무자 및 관리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석사과정연수, 문화유산전문연수, 문화유산 정책 및 관리 분야 연수 등을 운영하면서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2019년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체와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해체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홍낭시다 주신전 일부 영역(플랫폼, 만다파)의 복원을 2020년까지 종료하여야 하기에,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굉장히 빠듯하고 힘든 일정이 될 것 같다. 



국제협력팀들의 협력과 경쟁의 장, 왓푸 참파삭

홍낭시다 사업이 시작된 2013년에는 참파삭 지역 국제협력팀 사이에서 한국팀은 막내였다. 프랑스는 1866년부터 문화유산 보존을 추진해왔고, 인도는 힌두교의 발상지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으며, 라오스측은 한국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문화재재단의 모든 연구원은 낮에는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크메르 유적과 라오스어를 공부했다. 한국의 문화유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시스템을 현지의 사정에 맞게 접목해보기도 하고, 3D 스캔, 물리탐사 등의 기술을 활용해서 부족한 인력과 시간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지금은 라오스 정부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팀이자, 왓푸 참파삭 지역 국제협력팀 사이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콧대 높다는 프랑스팀에서 홍낭시다의 부재관리시스템을 벤치마킹하러 오기도 하고, 독불장군 식이었던 인도팀도 한국팀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협력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는 수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아타프(Attapeu)주 재난 후 수요평가(PDNA, Post-Disaster Needs Assesment) 자문을 한국팀에게 요청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홍낭시다 보존복원사업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문화유산 분야의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시작한 프랑스, 인도, 일본 등과 국제사회는 한국을 예의 주시 중이다. 한국이 진정성을 가지고 문화유산 보존을 하는지, ‘빨리빨리’ 하면서도 문화유산 복원을 ‘제대로’ 하는지를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다. 그만큼 홍낭시다 보존복원사업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행보를 가늠할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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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공주 마음의 문이 열리다, 금동요니

올해는 본격적으로 홍낭시다 사원의 해체와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해체조사 중 금동요니가 라오스에서 최초로 발견되었고, 또한 진단구 유물을 발굴해서 관련 전문가와 라오스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이번 발굴로 금동요니가 한국에도 보도되면서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크메르 역사와 유적이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보람이 크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크메르 문화와 문화유산 ODA에 대해서 알게 되고,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진출해보고자 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길 바란다.
한국문화재재단은 홍낭시다 사원의 원형복원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 원형을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확실히 고증되고 증명된 부분까지만 복원할 예정이다. 잘못된 복원은 되돌리기 힘든 파괴와도 같기 때문이다.
시다공주는 천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외면 받아 오면서 닫혔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무너진 돌무더기에 갇혀 본의 아니게 비밀로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시다공주의 방’의 찬란한 역사를 세상에 선보인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 글. 사진. 백경환. 라오스 홍낭시다 현장소장 / 한국문화재재단 국제교류팀 부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