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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 고즈넉한 창경궁의 가을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0-02 조회수 : 1953
하단 내용 참조
 
복사꽃
생각하니 슬프다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성대한 환 갑잔치를 열었고, 이 진찬연에서 어머니에게 직접 복사꽃을 드렸다고 한다. 이렇게 복사꽃 은 정조의 효심을 상징하는 꽃이 됐다. 이 복사 꽃에서부터 본 공연은 시작한다.

향산력사박물관은 드넓은 보현사 경내의 대웅전과 만세루, 영산 전, 수충사, 종각 등을 활용한 사찰박물관의 일종이다. 보현사의 주 요 전각들이 박물관의 전시실이 되면서 전시장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사찰을 통째로 박물관으로 만든 경우다. 특히 보현사의 팔 만대장경은 1,537종의 불교 경전을 포함한 6,793권의 책으로 구성 돼 있다.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그날, 혜경궁 홍씨 는 아기 정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의 아들이 앞으로 겪을 역사의 소용돌이를 예감했다. 그 리고 11년 후,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슬픈 사건 이 일어난다. 영조는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 를 뒤주에 가둬 죽였고, 혜경궁 홍씨는 남편을 잃었고, 열한 살 정조는 아버지를 잃었다. 달빛 에 빛나는 복사꽃을 보며 정조는 아버지에 대 한 슬픔과 그리움을 삼켜야 했다. 그러고 한참 의 세월이 흐른 후 그는 어머니의 환갑에 복사 꽃을 바쳤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늘 자신의 옆에서 환하게 피어 있던 복사꽃을 보며, 정조의 마음 은 어땠을까. 자신보다 더 긴 시간을 견뎌낸 어 머니의 환갑잔치에 복사꽃을 건네는 정조의 감정은 어떠했고, 그 꽃을 받은 혜경궁 홍씨의 마음은 어떠했을지를 상상했다. 복사꽃이 크 게 피면 필수록, 복사꽃이 아름다우면 아름다 울수록 그들의 마음은 더 복잡하고, 더 슬프고, 더 그리웠을 것이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 아들을 두고 죽어야 한 아 버지, 아들을 지켜내야 했던 어머니, 그리고 평 생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아들. 그들의 마음…. 오늘 이 밤, 창경궁에 핀 복사꽃에는 이들의 마 음이 담겨 있다.


그림자극, 미디어파사드, 무용극이라는 공간별 특성에 판소리와 뮤지컬의 요소를 결합했다

왕이 태어나고, 왕의 아비가 죽은 그곳, 그곳에서 만나는 아비와 아들의 이야기
역사 속 인물들의 탄생과 죽음의 현장에서 만나는 공연. 하지만 단순한 재현이 아닌 창작자들의 상상력과 예술적 표현을 통해 무대예술만의 감동과 재미를 전한다. 이 이야기는 세 개 공간의 역 사를 활용한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또한 그림자극, 미디어파사드, 무용극이라는 공간별 특성에 판소리와 뮤지컬의 요소를 결합했다. 고궁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나는 저 위 처마 위에서 모든 것을 다 내려다본 잡상이오”
궁궐의 지붕에 있던 ‘잡상[궁궐의 전각과 문루의 추녀마루 위에 놓여 있는 토우를 일컫는 말. 煞 (살)을 막기 위해 올려놓았다 한다]’이 이 공연의 안내자가 돼 관객들을 맞이한다. 잡상의 안내로 ‘숲속 시간의 길’을 걸으며 창경궁에서 있었던 과거의 순간들을 만난다. 그리고 경춘전에서 태어 난 정조 이산의 그 순간은 혜경궁 홍씨에게 들어본다.
이후 문정전으로 이동해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기존의 궁궐 재현 공연과의 차이점은 프로젝션 매핑과 다이내믹한 음악에 스토리가 결합된 형식의 공 연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정전에서는 왕위에 오른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을 열어주는 장면이 펼쳐진다. 진찬연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무용공연과 함께 정조가 그리워하 던 시절,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정조의 눈에 환상처럼 찾아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궁궐이라는 공간에서 잡상의 안내를 따라가는 시간여행을 통해서 바라본 영조,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 정조의 이야기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하단 내용 참조










- 글.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유산활용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