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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 우리 문화의 뿌리 - 문화 류씨 종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3-15 조회수 : 1768

우리 문화의 뿌리_자세한 내용 하단참조

우리 문화의 뿌리_자세한 내용 하단참조


600년 전통의 문화 류씨 종택이 자리한 청원군 내수읍의 고택 마당에는 수많은 장독마다 시간과 정성을 쏟은 종가의 손맛이 익어간다. 

류씨 종가의 김종희 종부가 차려낸 내림 밥상에는 자연의 맛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옛것을 아끼고 새로운 것을 꿈꾸며 살아가는 기품과 노력이 가득 담겨 있다


장(醬)을 자연주의 발효 예술로 승화시킨

문화 류씨 종가


장(醬)은 장(將)이다


집마다 ‘콩으로 메주를 쑤던’ 겨울 풍경이 그리운 계절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식문화가 서구나 다른 문화권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발효 식품인 장과 그것을 활용한 음식이다. 


우리 역사에서 장을 담는 문화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 신라 본기 신문왕 3년(683)에는 왕이 김흠운(金欽運)의 딸을 부인으로 맞이할 때의 폐백으로 쌀(米), 술(酒), 기름(油), 꿀(蜜), 장(醬), 시(?, 메주), 포(脯, 고기·과일 등 말린 것), 식초 등 135종을 보낸 사실이 확인된다. 『고려사』 식화지(食貨志)에는 1018년(현종 9) 거란 침입으로 굶주린 백성에게 소금과 장을 나누어준 기록이 있으며 조선조의 『임원경제지』, 『증보산림경제』, 1800년 경 『북학의』 등에는 메주와 장을 담았던 기록과 지역별 특징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증보산림경제』에는 “장(醬)은 장(將)이다. 모든 맛의 으뜸이요,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이 될 수없다. 촌야의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지 못하여도 여러 좋은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 걱정이 없다. 가장은 모름지기 장 담기에 뜻을 두어 오래 묵혀 장을 얻어야 한다”고 하여 가장들도 장을 담고 함께 관리하던 식생활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요즘 아버지들도 본받아 실천해볼 만한 전통이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내수면은 문화 류씨 집성촌이다. 문화(文化)는 황해도 신천군(信川郡) 문화면 일대 지명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시조 류차달(柳車達)은 고려 태조 왕건이 후 백제군을 정벌할 때 군량미 보급에 문제가 생기자 수레 1천 량을 만들어 조달했다. 그 공으로 대승(大丞)에 올라 삼한공신(三韓功臣)에 봉해졌고 원래 이름이 류해(柳海)였으나 태조가 이차위달(以車爲達)했다고 하여 차달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고려 멸망 후 11대 류당의 후손들이 지금의 종택 주변에 정착했다. 


장을 발효 예술로 승화시킨 김종희 종부


배달음식과 더불어 음식 국경이 사라진 요즘과 달리 전통시대의 식문화는 지역과의 친연성이 강하다. 내륙과 평야, 산지와 바닷가, 섬 등 지역 생산물이 식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결정한 원천이었다. 

현 청주 문화 류씨 소종가 8대 김종희 종부는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으로 모든 이들의 식탁에 오르는 장을 ‘자연주의 발효 예술’로 승화시킨 주인공이다. 대종가의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나 화려한 음식보다 음식의 근본을 전승하고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가을 추수가 끝난 종가의 상차림은 콩과 간장, 깨, 들기름 위주로 맛을 냈다. 아침상은 장과 콩 등 문화 류씨 종가를 상징하는 찬품들 위주다. 밥, 토란국, 조기자반찜, 삶은 배추 된장무침, 동치미 나물무침, 장류로 차려냈다. 장을 활용해 김치 종류를 만드는 전통은 조선 왕실에서도 ‘장김치’라 하여 배추와 무를 간장에 절인 후 파, 마늘, 생강 등과 버무려 먹던 풍습이 민가로 전승된 것이다. 

600년 옛것을 지키며 황토방에서 자연발효 시킨 종부의 장 만드는 비법은 수년 전부터 농촌진흥청이 종가음식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 행사에 ‘생청국장비빔밥’, ‘담북장’, ‘된장수육’, ‘메주콩조림’ 등이 소개되면서 세상의 빛을 보았다.

생청국장비빔밥은 밥, 청국장, 들기름으로 볶은 김치, 무생채, 볶은 당근과 애호박을 추가했다. 청국장은 보통 찌개로 시식하거나 비빔밥에 부가적으로 활용되는데, 류씨 종가는 발효된 청국장을 생으로 먹는 방식이라 속을 편안하게 하고 대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생청국장비빔밥은 가을에서 겨울에 이용하던 장을 활용한 충청도 류씨 종가의 고유 음식이다. 

담북장은 지역에 따라 담뿍장, 땀북장이라고 한다. 충청도의 담뿍장은 그 자체로 식욕을 자극하는 말이다. 


김종희 종부는 “담뿍이라는 말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은 별칭으로 봄철에 해 먹는 빠금장이 있는데, 설이 지난 후 장을 담그기 전 초봄에 먹는 계절 별미입니다. 띄운 빠금장용 메주를 절구에 빻은 후, 겨울 동안 항아리에 남아있던 깍두기와 국물을 사용해 일주일 정도 유산균 발효 후 먹는 된장입니다”라고 전했다. 된장수육은 “주로 멸치육수를 사용하고 두부와 대파 등을 활용하며 오래 숙성된 된장을 사용하는데, 된장을 넣으면 연육 작용과 냄새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술을 약간 첨가해 맛을 냅니다”라고 강조한다.

문화 류씨 종가의 독특한 음식 중 하나인 메주콩조림은 “반찬을 만들 때 국 간장을 많이 사용하고 조청을 추가하여 콩 조림을 합니다. 메주콩을 살짝 불려서 삶다가 간장과 조청을 넣어서 조려주는데 통깨를 뿌려서 마무리합니다. 이러한 음식은 충청도의 콩을 이용한 두부 장 등 단백질 섭취의 풍습이며 특별한 기록은 없으나 대대로 전해오던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어요. 무생채를 이용 시 보통은 멸치 젓국을 이용하나 간장을 이용하는 것이 차이로 배추겉절이도 간장만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종택에 감나무가 많아서 감식초를 많이 활용하고 겉절이나 생채에도 참기름보다는 식초와 들기름을 많이 사용합니다”라고 전한다.


교육, 체험으로 전통 장류 문화의 전승 확산 기대


김종희 종부가 운영 중인 ‘자연주의 발효예술 두향’은 다양한 장류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집 식탁 위 된장은 어디서 왔을까요?’라는 화두로 국산 콩을 100% 활용한 간장, 된장, 청국장 등 상품과 조리법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2019년에는 한국문화재재단과 공동으로 대학생 장류 문화 체험강좌를 시범 운영해 큰 호응을 받았다. 전통 장류의 전승 보급과 저변 확산을 위한 문화 운동의 첫 출발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승할 것인가? 결국, 교육과 체험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식조리사, 영양사, 학교급식담당자 등 식문화를 담당

하는 직업인을 비롯하여 교원, 학생들을 위한 언택트 시대의 비대면 체험교육 방법론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글. 안태욱(한국문화재재단 문화예술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