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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이야기

자수장 한상수
발행일 : 2021-01-22 조회수 : 3578
자수장 한상수

1935. 3. 20 ~ 2016. 5. 9 | 보유자 인정: 1984년 10월 15일

위대한 문화유산
한국문화재재단의 무형문화재이야기
자수장 한상수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
Master Artisan of Embroidery skill Holder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실

따라서 가면

가슴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 정토(極樂淨土) 가는 길도

보일 성싶다.

<자수(刺繡)> 허영자 시인 ≪가슴엔 듯 눈엔 듯≫ (1966)

화려한 색채와 입체적 질감이 주는 감동 한국의 전통 자수

자수(刺繡)는 여러 색실로 바탕천에 무늬를 수놓아 나타내는 조형활동이다. 자수의 유래는 기록상으로는 삼국시대부터 확인되며 고려시대에는 일반백성의 의복에까지 자수장식을 할 정도로 성행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궁수(宮繡 : 궁중에서 수방나인에 의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수)와 민수(民繡 : 민간에서 일반적으로 만들어진 수)로 구분되어 각각 뚜렷한 특징을 보이면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의 자수는 삼국시대를 즈음하여 이미 육조(六朝)시대에 중국에서 발생한 수불(繡佛)과 수장(繡帳)·수번(繡幡)·수가사(繡袈裟)와 같은 불교자수(佛敎刺繡)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발달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신라 진덕여왕 4년(650)에 손수 비단을 짜서 여기에 오언(五言) 태평송(太平頌)을 수놓아 당나라 고종에게 보냈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리고 『삼국사기』「잡지(雜誌)」에 보면 옷은 물론 가마나 말안장,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수가 장식되었고, 불교수도 상당히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밖의 일본의 고대 기록을 통해 볼 때 일찍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자수를 전하여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서기(日本書記)』에는 340년경에 백제의 왕이 옷을 짓는 여공(女工) 진모진(眞毛津)을 일본으로 보냈는데 이 진모진이 일본 자수의 시조가 되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수의 흔적은 1973년에 발굴된 경주 천마총 출토 유물 중 옷자락에 금사로 수놓은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그 후 고려 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자수사계분경도(刺繡四季盆景圖)> 및 사찰에서 전하는 몇몇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수는 크게 생활자수와 불교자수로 대별된다. 생활자수는 일상용품에 수놓아 치레하는 것을 말하며 왕실과 귀족 계층의 전용물이 대다수였으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대중화된 이후에도 여성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조선시대 후기 선비 문화의 생활관은 절제와 검소를 규범으로 하였기 때문에 사대부의 옷차림이나 그 밖의 생필품에 자수와 같이 화려하거나 사치하는 것을 기피하였다. 불교 자수는 종교적인 정성과 최선의 공양을 뜻한다. 탱화를 비롯하여 불경 표지, 연(輦)의 수식(垂飾)·인로왕번(引路王幡)·사리장엄구·가사 등이 바로 그러한 뜻을 담고 있다. 한국의 옛 자수들은 색깔이 강하지 않으며, 세부 묘사에도 얽매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대담한 생략법을 구사하였다. 그것은 자수에만 국한되지 않는 한국 공예미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정교하다 하더라도 결코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닌 한 걸음 물러나서 관조할 수 있는 윤곽이요, 부드러운 선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중국 자수나 일본 자수와는 또 다른 한국 자수가 갖는 특징이다.

우리나라 자수의 유형

옛 자수를 유형별로 볼 때 복식자수(服飾刺繡)·기용자수(器用刺繡)·종교자수(宗敎刺繡)·감상자수 등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복식자수

조선시대 복식은 왕실복식과 사대부의 복식, 서민복식, 그리고 종교복식과 의례복식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왕실용 복식에는 임금과 세자의 곤룡포와 이에 곁들인 용보, 황후와 태자비의 원삼과 적의에 곁들여 착용하는 용보, 활옷 등이 있다. 활옷은 상류사회에서 가례 때 여성이 입는 예복이었으나 후기로 가면서 일반 백성의 혼례복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주로 모란, 국화, 연꽃, 불로초 등의 꽃무늬와 봉황, 학과 같은 길조와 수(壽)를 원하는 글귀가 놓여 있다. 또한, 난봉보, 문무관, 대사헌의 흉배, 임금의 면복, 문무관의 조신들이 조복이나 제복을 착용할 때 허리 아래로 늘어뜨리려 패용하는 후수(後繡) 등이 있다. 그밖에 복식과 관련된 자수로서, 화관, 댕기, 수노리개 등 장신구를 비롯하여 돌옷으로 전복, 복건, 쾌자, 애기굴레, 버선 등이 있고 굴레, 조바위, 남바위, 꽃신, 수주머니 등이 있다.

2) 기용자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생활 기물 중 수가 놓여진 것을 상당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장롱을 비롯하여 함, 궤, 갑(匣), 탁(卓), 선(膳), 침구, 방석, 보료, 병풍, 방장(房帳), 합(盒) 등과 베겟모, 선초, 침통, 안경집이 있고, 수저집, 붓주머니, 부채주머니, 노리개주머니, 도장주머니, 보자기 그리고 연(輦), 여(輿), 헌(軒), 여(轝), 륜(輪)과 말안장 등의 차구(車具) 등이 있다.

3) 종교 및 신앙자수

고려시대 불교가 융성했던 만큼 불교자수가 성행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대각국사 의천의 가사(袈裟), 용문탁의(龍文卓衣) 등을 꼽을 수 있을 뿐이며, 그 밖에 조선시대의 것으로 가사, 불경의 표장(表裝), 수번(繡幡), 수불(繡佛), 연(輦)의 장엄물 등이다.

4) 감상자수

감상을 하기 위한 자수가 나타난 시기는 고려시대이다. 특히 조선후기 자수병풍이 많이 번성한 것은 그 시절에 발달한 민화와 관련이 깊다. 병풍의 바탕이 되는 밑그름에 따라 마치 회화와 같이 산수도·십장생도·화조도·조충도·신선도·백동자도·백수·백복전도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외에 농사짓는 풍경을 수놓은 경직수병(耕織繡屛)과 풀·꽃·벌레 등을 묘사한 초충수병(草蟲繡屛), 꽃과 새를 수놓은 화조수병(花鳥繡屛), 인간이 꿈꾸는 장생불사의 염원을 표현한 십장생수병(十長生繡屛)과 물속에 노니는 물고기의 생태를 묘사한 어락수병(魚樂繡屛), 만인송덕수병(萬人頌德繡屛)이라 하여 선인들의 서체나 집안어른의 글씨를 받아 수놓은 서예수병, 유교의 기본 덕목인 인(仁)·의(儀)·예(禮)·지(智)·효(孝)·충(忠)자를 수놓은 문자수병, 고사수병, 송학수병, 매화수병 등이 있다.

전통자수의 자존심을 지키며 삶을 수놓은 지 60여년 자수장 한상수 선생

1984년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으로서 최초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은 한상수 선생은 제주도가 고향이다. 한국전쟁 중이던 16살 때 처음으로 자수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 칭찬을 한몸에 받을 정도로 곧잘 수를 놓았던 선생이 본격적으로 수를 배운 것은 한국전쟁 막바지인 1953년 부산에서다. 제주도가 고향인 선생은 피난민들의 입을 통해 자수 연구가인 故 조정호 (이화여대 가정과) 교수가 부산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바로 뭍으로 올라와 조정호 교수를 찾아가 수를 배우기 시작하여 자수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원래 솜씨가 좋으셨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선생은 타고난 손재주를 보였고, 한번 수틀을 잡고 앉으면 낮과 밤이 바뀌는 것도 모를 정도의 집중력과 끊임없는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어갔다. 전통자수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고, 전통자수에 관련된 고증과 유품을 수집하고 연구했으며, 한국 전통 자수를 복원함과 동시에 외국에 한국 자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한국 수예의 60여 가지 자수기법을 바로잡아 체계화하였으며, 우리나라의 가장 전통적인 자수 공예로 꼽히는 ‘안주수(安州繡)’기법을 전수받기도 하였다.

이후 오로지 전통자수를 알리고 후대에까지 이어야겠다는 생각에 선생은 1963년에 수림원자수연구소를 설립하고 이을 통해 수예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하여 1971년에는 정부 산하 노동청 공인을 받은 자수인력 양성기관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이외에도 우리 자수의 맥을 잇기 위해 전국의 자수 자료를 수집, <이조의 자수>, <흉배_조선왕조의 수> 등의 서적을 발간하며 전통자수의 개념을 확립하는 한편, 수림원자수전시관(현 한상수자수박물관의 전신)을 통해 한국의 수 문화를 대중에 알리는데도 앞장섰다. 이러한 선생의 노력으로 1981년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이후 1984년 자수 부문에서 최초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게 된다.

2007년에는 고구려인과 백제인이 밑그림과 제작의 감독을 맡은 것으로 전해지는 일본의 국보로 평가되고 있는 <천수국수장>을 제자 수백 명과 함께 20여년에 걸친 작업 끝에 복원하여 우리의 화려했던 고대 문화를 재현하기도 하였다. 천수국수장은 아스카시대인 622년 사망한 성덕태자를 추모하기 위해 태자비가 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일본에서 제작된 자수 작품으로, 고구려인 가서일과 백제인 양부 진구마가 총감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수를 놓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생은 우선 수를 놓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자수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자수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찾아오는데 한 달 여 정도 수를 놓고 나면 어깨가 굳고 아파서 더는 못하겠다며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수를 놓으면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에 대해 선생은 “수는 가장 차분하고 평온할 때, 단정하고 온화한 마음을 가지고 정성을 드려 한 땀 한 땀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이수자이며 고대 방식사를 연구한 딸 김영란을 포함하여 손녀들까지 선생의 뒤를 잇고 있다. 2016년 5월 노환으로 별세했다.

작품

1_ 당상관문관흉배 / 40×40cm

금사징금수로 수놓은 쌍학흉배로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품을 재현했다.

1_ 당상관문관흉배 / 40×40cm(1)
1_ 당상관문관흉배 / 40×40cm(2)
1_ 당상관문관흉배 / 40×40cm(3)
2_ 백수백복수 / 46×180cm(8폭)

수직 실크 바탕에 문자도를 수본으로 그려 명주실을 꼬아서 평수로 하여 색색의 조화를 이루게 하였다. 오래 살고 복을 맘껏 비는 마음으로 색의 조화를 이룬 병풍은 한 가정에 하나쯤 있어 다양한 용도로 쓰이게 되는 작품이다.

2_ 백수백복수 / 46×180cm(8폭)

제작과정

자수의 재료로는 바늘과 여러 가지 색실, 틀 등이 필요하다. 주요기법에는 돗자리의 표면처럼 촘촘하게 엮는 자릿수, 땀새가 장단으로 교차되게 수놓는 자련수(刺練繡), 수면을 수평·수직·경사 방향으로 메워 가는 평수(平繡), 선을 만드는 이음수, 수가 놓여진 윗부분에 군데군데 길게 고정시켜 수면이 흩어지지 않게 하는 징검수, 각종 꽃의 술이나 석류 등 작은 씨앗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매듭수, 사술고리 모양의 사슬수 등이 있다. 제작과정을 보면 바탕천을 틀에 고정시키고 밑그림을 그린다. 밑그림에 맞춰 수를 놓고 수가 끝나면 수틀을 뒤집어 먼지를 턴다. 수놓은 뒷면에 가볍게 풀을 칠하여 흩어지지 않게 한 후 그늘에서 말린 다음 수틀에서 뗀다.

자수장 한상수 제작과정

약력

  • 1935년 출생
  • 1952년~1957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 공예부 3회 입선
  • 1964년 서울시 가내수공예전 1등 수상
  • 1970년 한국자수협회 이사
  • 1974년 이조시대 자수 유물전
  • 1975년 동아공예대전 동상 수상
  • 1978년 인간문화재공예전 장려상 수상
  • 1979년 인간문화재공예전 문공부장관상
  • 1981년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
  • 1982년 서울미술제 공예부 심사위원
  • 1984년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 기능보유자 인정
  • 1984년 한상수 자수초대전(대만 국립역사박물관)
  • 1991년 / 1994년 한중고금자수 교류전
  • 1998년 한국전통공예전 심사위원
  • 1999년 독일 뮌델하임 텍스타일 박물관 전시
  • 1999년 일본 다카시마야 백화점 전시
  • 2001년 대구섬유축제 자수기능대회 심사위원장
  • 2002년 미국 뉴욕 워싱턴 문화원초대 한일 친선 자수 초대전
  • 2002년 일본 교토 전통공예 전시
  • 2003년 한상수 자수한평생 전
  • 2005년 한상수 자수 박물관 개관 (종로 북촌 한옥 마을)
  • 2009년 주한 미 한국 대사관 초대 국립 자카르타 박물관 전시
  • 2016년 별세
  • 글 이치헌 / 한국문화재재단

  • 사진 서헌강(문화재전문 사진작가)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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