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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 다문화사회와 무형문화유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02 조회수 : 1838
다문화사회와 무형문화유산 필자는 ‘샐러드’라는 이름의 다문화 공연예술단체를 만들어 문화 다양성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다양한 무형문화 유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샐러드 소개
 
국내 최초 다문화 극단 샐러드(www.salad.or.kr)는 이주와 정주의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을 통해 문화 다양성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2009년 1월 설립됐다. 주요 사회서비스로는 국제이해 교육 및 문화 다양성 확산을 위한 공연과 문화예술교육 사업, 국내 최초 다문화극장 샐러드붐 운영, 이주민 공연예술아카데미 사업, 이주민예술가 지원사업 등이 있다. 2014년에는 노동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총 300회의 워크숍과 250여 회의 공연을 진행해 전국에서 4만여 명의 관객을 만났다.
샐러드는 이주민이 직접 창작에 참여하는 유일한 예술단체로서 대외적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주요 구성원은 중국·몽골·필리핀·네팔·베트남 등 주로 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이주민이다. 2009년 극단을 설립할 당시에는 이주여성 극단이라는 모토로 출발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주노동자·유학생·예술가 출신의 신입 단원이 추가되면서 단원의 출신국과 직업군이 더욱 다양해졌다.


사회연극 ‘배우 없는 연극’
 
극단은 ‘소셜시어터’로서 창단 초기에는 주로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이슈를 다루는 ‘인권연극’을 진행했다. 창작공연 ‘란의 일기’ ‘여수 처음 중간 끝’ ‘미래 이야기’ 등이 그런 작품이다. ‘란의 일기’는 국제결혼으로 입국했다가 사망한 베트남 이주여성의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 또 ‘여수 처음 중간 끝’은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사건을, ‘미래 이야기’는 재일교포와 난민의 이야기를 다뤘다. 세 작품 모두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난민이 직접 배우로서 무대에 올랐다. 2013년 이 작품을 묶어 ‘배우 없는 연극’이라는 제목으로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했다. 모두 한국어로 공연됐으며, 대상 관객의 연령층은 성인이었다.


다문화 창작 뮤지컬
 
2011년부터는 신한은행의 후원으로 아시아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 오고 있다. 아시아의 민요와 전통춤이 가미된 뮤지컬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 가족 등 폭넓은 관객층에 문화 다양성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아시아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주민의 국적 분포를 보면 중국·베트남·필리핀·태국·몽골 등 아시아 출신의 이주민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주민과 함께 잘살기 위해서는 이들의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인뿐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 가족이 함께 관람하는 공연은 좀 더 폭넓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기에 문화 다양성의 파급에 더욱 효과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제 250만 명의 이주민이 살고 있다. 따라서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공연 콘텐츠가 더욱 필요해졌다. 현재까지 샐러드에서 소개한 아시아 문화는 네팔·중국·필리핀·몽골·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미얀마 등 모두 8개국의 문화다.
 
다문화사회와 무형문화유산_2


국경을 넘는 아시아의 무형문화유산
 
각 작품에서는 대표적인 민요를 주제가로 삼고 주제가에 맞춘 전통춤을 필수적으로 소개한다. 지난 8년간 아시아 문화를 소개하면서 가장 어렵던 부분은 한국어로 된 아시아 문화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샐러드에서는 제작단계부터 각 뮤지컬 작품에 그 국가 출신의 이주민 예술가나 전문가들을 코디네이터로 참여시켜 문화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한다. 현지 자료를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경우에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에 있는 전문가와 연계해 해결했다.
네팔 민요 ‘렛삼피리리’의 경우 2011년 창작 뮤지컬 ‘마리나와 비제’ 주제곡으로 정했지만 한국어 번역이 없어서 일본어와 영어 번안 자료를 참고해 한국어 가사를 만들었다. 이 곡은 네팔에서도 여러 가지 버전의 다양한 가사로 사람들에게서 불리고 있었다. 당시 샐러드 극단에서 활동하던 배우 비말라 슈레스터우가 네팔에서 전통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정리하고 우리에게 맞는 가사를 선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무용의상도 직접 제작했다.
인도네시아 민요 ‘다융쌈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영화 ‘첨밀밀’의 주제가로 알려졌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의 전문가 멜라티 슈로다모에게 자문해 조언을 얻었다. 한국어 가사를 만들 때는 영어 번역본과 번역기 등을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민요의 경우 서양식 악보는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음원자료를 리서치하고 나서 샐러드 음악감독인 작곡가 힐 히존이 샐러드 공연에 맞춰 새롭게 음원을 만들고 악보를 제작했다. 거기에 극본과 작사를 맡은 필자가 원어 발음과 번안 가사를 붙였다. 이렇게 완성된 곡에 맞춰 전통 무용자료를 조사해 안무를 짜고, 그에 맞는 의상을 현지에서 제작하거나 구입했다.
제작진이 모든 아시아 문화에 대해 총괄적으로 전문지식을 갖춘 전통예술 전문가가 아니라서 매년 새로운 국가의 문화를 소개할 때마다 처음부터 공부를 해야 했다. 매년 이 과정을 거쳐서 한 편의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진정으로 고된 노동이었다.


더 나은 미래 ‘샐러드 볼’
 
아동과 청소년 관객은 샐러드 창작 뮤지컬 공연의 가장 중요하고 고마운 관객이다.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민요와 무용을 흥미롭게 봐주고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샐러드는 학교 방문 공연을 많이 진행해 왔다. 공연관람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입에서 아시아 민요가 불리는 모습을 바라볼 때 가장 행복하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 모습. 이 아이들이 자라면 그 사회는 다른 문화와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을까? 샐러드는 그 미래에 평화와 소통 그리고 공존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작은 역할을 하고 싶다.


- 글. 박경주. 사회적 기업 샐러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