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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봄, 여름호-동물의왕국] 지키다-궁궐을 지키는 동물
작성자 : 재단관리자 작성일 : 2021-09-30 조회수 : 7711



(지키다-1_사진01)광화문 어칸 _ 사진 서헌강


광화문 어칸 _ 사진 서헌강



궁궐을 지키는 동물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경복궁(景福宮)은 왕권과 왕실을 상징하는 중심 장소다. 경복궁에는 동물을 비롯해 식물, 무생물 등 다양한 문양과 조각이 놓여 있는데, 특히 수많은 실존 또는 상상 속의 동물이 각처 에 다양한 방식과 모습으로 배치돼 눈을 즐겁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나하나의 동물 문양에는 국가와 왕실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고 구현해내려는 염원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기대가 담겨 있다. 동물상을 통해 조선왕조의 국가경영에 대한 철학과 경복궁이 신성하고 강력한 통치권자 왕의 공 간이라는 사실을 표출하는데, 이것은 입구 광화문에서부터 시작된다. 


글·사진_ 김성혜(가톨릭관동대학교 교양과 조교수)



‘해치’, 법과 정의를 수호하고 왕실을 지키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옆쪽 길가와 광화문 지붕 아래 성 문 위에는 좌우 각 1개씩 해치상이 놓여있다. 현재 서울의 상징 이기도 한 상상 속의 동물 해치( .., 일명 해태)는 성군(聖君) 을 도와 현명한 일을 많이 하고 시비곡직(是非曲直, 옳고 그르고 굽고 곧음이라는 뜻으로, 옳고 그름 또는 잘함과 잘못함을 이 르는 말)을 가리며 불의(不義)를 보면 뿔로 받아 물리친다는 법 과 정의의 화신이다. 1865년부터 시작된 경복궁 중건 당시 해치 를 광화문 앞 옛 육조거리와 광화문 위에 설치한 것은 건국 초 기와 같은 강한 왕실과 나라를 만든다는 사실을 표방하기 위 함이었다. 나아가 경주김씨와 안동김씨로 이어지는 세도정치기 (1800~1863)에 문란해진 법과 정의를 회복시켜국가를 재건하 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자 했다. 해치는 경복궁이 왕과 왕 실의 영역임을 표시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그곳부터 왕의 영역임 을 알려 고위 관료라도 해치 앞에서부터는 예의를 갖춰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일종의 표지판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광화문 주변의 해치상은모두 정면인 남쪽을 바라보며 출입자를 경계하 면서도 온 세상의 불의를 지켜보고 있음을 강조했다.



(지키다-1_사진02)경복궁 광화문 앞 해태 _ 사진 서헌강

경복궁 광화문 앞 해태 _ 사진 서헌강

(지키다-1_사진03)근정전 해치 가족

근정전 해치 가족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勤政殿) 영내로 들어가면 또다시 수많 은 해치상을 볼 수 있다. 근정전 월대에는 왕이 지나다니는 답 도(踏道) 좌우 상 ·하월대에 각각 2개씩, 총 4마리의 전신 와상 이, 하월대 계단 좌우에 1개씩 전신 좌상이, 동쪽과 서쪽 계단에 는 각 2개씩 총 4마리의 머리 와상이 놓여 있다. 여기에 상 ·하월 대 남쪽에는 각각 3마리가 세트로 이루어진 해치 가족의 전신 좌상이 4군데 총 12마리가 조각되어 근정전 월대의 해치는 모두 22마리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정면을 바라보거나 계단을 향해 고개를 돌린 형태이고, 3마리 해치 가족의 경우에는 새끼가 어 미의 배나 등에 붙어 있다. 


이처럼 근정전 월대 곳곳에는 무려 22마리의 해치를 두어 왕과 왕조의 상징인 근정전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근정전을 오가는 위정자들이 법과 정의에 기반한 정치 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항시 자신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고 경계 하라는 기대를 월대 주변의 해치 조각상에 담아 반영시켰다. 


‘용과 봉황’, 왕권을 강화하고 태평성대를 이루다 


경복궁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물상은 단연코 왕을 상 징하는 용(龍)이다. 용은 해치와 함께광화문 입구에서부터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는데, 광화문을 구성하는 3개의 문 위에는 용 이 한 마리씩 조각되어 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중앙 문 위의 용은 세상을 지켜본다는 뜻이고, 중앙을 바라보고 있는 좌우 문 위의 용은 출입자에 대한 감시, 경계와 더불어 의장 및 경호를 갖춘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광화문의 입구 위쪽으로는 입을 벌린 용머리 조각이 여섯 개 튀어나와 있다. 


광화문을 지나 흥례문의 답도 좌우에는 용이 전신 와상으로 놓 여있고, 흥례문과 근정문 사이에 있는 영제교 다리의 전후좌우 사방에도 전신 좌상의 용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이 용들은 모두 영제교를 향해 고개를 돌려 궁궐에 출입하는 사람을 지켜 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한 근정전으로 들어서기 위한 근정 문의 답도 좌우에도 전신 와상 형태의 용이 출입자를 주시하고 있다. 광화문 정문에서부터 흥례문, 영제교를 지나 근정문에 배 치된 용의 시선과 감시를 받으며 근정전 영내로 들어서면 근정 전을 둘러싼 이중 월대와 근정전 내부에 다양한 양식과 형태, 재 료로 구성된 용 문양을 볼 수 있다. 그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층 계를 오르기 전 좌우에 놓인 머리와 앞발만으로 구성된 용머리 두상으로, 용의 강인한 풍채가 잘 묘사되어 있다. 


근정전의 용 문양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특색 있는 것은 내부 천 장 닫집에 설치된 황색 칠조룡(七爪龍, 발톱이 7개인 용)이다. 일 곱 개의 발톱을 가진 칠조룡 두 마리가 서로 꼬리를 물고 물리는 모습이며, 몸통은 황금색, 날개와 꼬리는 붉은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그 크기와 화려함뿐만 아니라, 대한제국 시기 황제인 고종 도 경운궁 중화전에 오조룡(五爪龍, 발톱이 5개인 용)을 사용했 으며, 황색이 황제만 사용하는 색이라는 점에서 근정전 닫집의 황색 칠조룡은 정전의 위용이 극대화된 경복궁 용 문양의 백미 라고 불린다.


경복궁을 대표하는 건물 경회루에는 총 16개의 용 전신 좌상이 있다. 근정전과 함께 경복궁의 상징인 경회루는 곳곳을 용으로 조성해 왕의 누각이라는 위상을 표현함과 동시에, 경회루의 화 려함과 아름다움을 더한다. 



(지키다-1_사진04)경회루 잡상 용두

경회루 잡상 용두

(지키다-1_사진05)경회루 용

경회루 용

(지키다-1_사진06)영제교 용

영제교 용



용과 더불어 왕을 의미하는 또 다른 동물은 봉황이다. 봉황은 주로 왕의 통치 활동과 치적을 드러내며 용, 거북, 기린과 함께 사령(四靈, 전설상의 네 가지 신령하고 상서로운 동물)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는 머리에 덕(德), 목에 의(義), 등에 인(仁), 마음 에 신(信), 날개에 예(禮), 발에 문(文), 꼬리에 무(武)를 지녀 군주 가 지녀야 할 덕목을 내포함으로써 성군의 덕치(德治)와 태평성 대를 상징한다. 


따라서 광화문 중앙에 왕만이 드나드는 어칸 천장을 시작으로 흥례문 답도 중앙, 근정문과 근정전 답도 중앙에 모두 봉황이 배 치되어 있다. 집옥재 이전에 만들어진 모든 궁궐의 답도 중앙에 는 부조 형태의 봉황을 새겨 왕이 통치를 잘해 성군이 되고 태 평성대를 이루라는 기원을 담았다. 근정문 답도의 봉황이 많이 훼손되어 그 정확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반면, 근정전 답도의 그것은 비교적 선명해 날개 깃털이나 중앙의 태극 문양, 주변의 오얏꽃 문양도 확인할 수 있다. 


봉황은 고종의 서재인 집옥재에서도 특이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집옥재 툇마루 좌우 벽면에는 목재로 만들어진 봉황 장식이 있 는데, 선명한 색상과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경복궁의 봉 황 문양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모습의 봉황 조형물이다. 또한 봉황은 집옥재 내부 천장의 팔각형 닫집 안에서도 발견된다. 이 와 같이 집옥재 일원에는 왕의 권위와 치세를 상징하는 봉황을 안팎으로 다수 배치해 왕권을 강화하고 근대화를 추구하는 고 종의 이상을 표출하고자 했다. 


‘사신과 십이지’, 근정전을 중심으로 세상을 경영하다 


경복궁의 중심이자 정전인 근정전에는 현존하는 조선 5대 궁궐 중 유일하게 사신상과 십이지상이조성되어 있다. 사방신은 각각 동서남북과 봄, 가을, 여름, 겨울을 주관하며, 우주 만물의 변화 양상인 오행(五行)의 4가지 요소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모두 의미하며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사방신은 근정전 동서남 북의 상월대 상단 계단의 좌우에 각각 2개씩 놓여 있다. 


근정전 사방에 사신상을 배치한 이유는 오행과 시공간의 중심으 로 근정전을 설정하고, 왕실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라는 동시에 사방으로부터 왕실과 나라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나 아가 천계 사방의 별자리를 동물로 형상화한 사방신이 갖는 우 주의 공간적 측면에서 본다면, 조선왕조의 중심인 경복궁, 그 궁 궐의 중심인 근정전, 그 정전의 주인인 국왕이 우주의 중심이자 만물의 주인이라는점을 분명히 하고 국왕을 정점으로 한 세상 의 운영을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동쪽의 청룡은 오조룡으로, 여의주 하나는 입에 물고 하나는 발 톱으로 꽉 움켜쥔 형태를 하고 있다. 청룡과 주작은 머리와 몸통 이 모두 계단을 향해 있는 반면, 백호와 현무는 정면을 향해 앉 아 고개를 계단으로 돌린 모습으로 출입자에 대한 경계와 의장 을 동시에 갖추려 했음이 드러난다. 


사방신과 함께 근정전 동서남북의 계단에는 상 ·하월대 상단 조 형으로 십이지상을 두었다. 십이지 역시 사방신과 함께 우주의 시공간적 의미를 내포하는 표상으로, 천도(天道)의 운행을 나타 낸다. 옛사람들은 북극성을 중심축으로 ‘자’의 방향을 가리키면 양기가 꿈틀대기 시작하고, ‘축’, ‘인’, ‘묘’ 등의 각방향을 거쳐 만물이 성장·성숙하며, 마지막으로 ‘해’를 가리켜 수장 단계에 접어들면 계절 순환의 일주기가 끝난다고 보았다. 


근정전 월대의 십이지상은 각각 의미하는 바에 따라 동쪽에는 남쪽 방향 계단 상월대 좌우에 뱀이 1마리씩, 남쪽과 북쪽 계단 하월 대에는 각각 소와 토끼가 상하좌우에 1개씩 각각 총 4마리가 배치 되어 있다. 남쪽에는 상월대 하단에 말, 하월대 상단에 호랑이가 좌우 1개씩 각각 2마리, 서쪽에는 남쪽 방향 계단 상월대에 양, 하 월대에 원숭이, 북쪽 방향 계단 하월대에 닭이 좌우 1개씩 각각 2 마리, 북쪽에는 하월대 상단 좌우에 쥐가 1마리씩 놓여 있다. 



(지키다-1_사진07)근정전 북현무

근정전 북현무

(지키다-1_사진08)근정전 토끼

근정전 토끼

(지키다-1_사진09)근정전 닭

근정전 닭



배치된 십이지상의 시선은 사방신처럼 모두 계단 중앙을 향해 있으며, 원숭이와 닭처럼 머리와 몸통이 한 방향으로 조각된 것 도 있고, 호랑이처럼 몸통은 정면을 향한 채 머리만 계단으로 돌 린 형태도 있다. 용과 개와 돼지가 제외된 이유는 분명하지는 않 지만, 이미 왕을 상징하는용은 여기저기 많아서 따로 둘 필요가 없었고, 개와 돼지는 용과 상극이라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일 반적인 설명이다. 여기에 근정전의 십이지가 신상(神像, 숭경의 대상이 되는 신의 화상)이아니라 생초의 모습을 한 금수상인 까닭은 유교를 국시로 하는 조선왕조의 자연주의 태도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근정전 사방에는 우주의 시공간을 뜻하는 사신과 십이 지 조각상을 둠으로써 조선과 조선의 국왕을 우주의 공간과 시 간의 정점에 자리 잡게 했다. 그리고 조선의 최고 통치자인 국왕 이 근정전에서 세상의 중심이 되어 만물을 총괄해 세상을 평안 하게 하도록 기원했다. 


‘불가사리, 천록, 십장생’, 왕실의 불화(不和)를 제거하고 장수를 기원하다 


이 밖에도 경복궁에는 왕실에 복을 가져오고, 왕실 어른들의 장수를 빌며, 잦은 분란과 불화를 억제하려는 염원을 담은 동물이 있으며, 그 대표적인 것으로 불가사리, 천록, 십장생 등을 들 수 있다. 상상 속의 동물 불가사리는 쇠망치처럼 단단해 불에 넣어도 타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불과 상극이며 불을 제압 하는 불가사리가 물의 기운까지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주로 화재를 방지하는 신수(神獸, 신령스러운 동물) 불가사리는 악 몽을 물리치고 사귀(邪鬼, 요사스러운 귀신)를 쫓는 역할도 했다. 


경복궁 중건 이후 곳곳에서 빈번하게 화재가 발생하자 화재 예 방을 위해 경회루라는 인공연못을 만들고 다리에 불가사리 조 각상을 두었다. 누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다리 위 에는 용을 제외하면 불가사리만 등장하는데, 유일하게 환조 형 태로 된 불가사리 조각상이 이곳에만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경복궁에 드리운 화마를 쫓아내기 위해 불가사리가 가진 상징성 을 십분 활용하고자 했던 의도가 엿보인다. 



(지키다-1_사진10)경회루 누각에서 동쪽 방향 _ 사진 서헌강

경회루 누각에서 동쪽 방향_사진 서헌강

(지키다-1_사진11)경복궁 후원 아미산 _ 사진 이진환

경복궁 후원 아미산_사진 이진환



이러한 불가사리는 왕비가 거처하는 교태전과 대비가 거처하던 자경전 굴뚝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경회루 연못을 파내서 나 온 흙으로 조성한 교태전 뒤 인공정원 아미산에 있는 굴뚝과 흥 선대원군이 고종의 모후가 된 신정왕후(일명 조대비)를 위해 만들어준 자경전의 굴뚝에는 불가사리가 부조로 새겨져 있다. 이 는 왕실의 어른인 대비와 왕비의 잠자리가 편안하도록 악몽과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려는 바람이 담긴 것이었다.  


신령스러운 짐승으로 모양은 소와 같으나 그보다 크며 큰 비늘 이 있고 뿔이 하나 있으며, 상서롭지 못한 것을 제거하는 벽사인 천록은 주로 문신들이 드나드는 광화문 동쪽 협칸 천장과 영제 교 다리 양쪽에 총 4마리의 천록이 엎드린 형태로 자리하고 있 다. 이들 4마리는 모두 물길을 바라보고 있는데, 물길을 따라 잠 입할지도 모를 사악한 것을 물리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키다-1_사진12)경회루 불가사리

경회루 불가사리

(지키다-1_사진13)교태전 아미산 굴뚝의 박쥐

교태전 아미산 굴뚝의 박쥐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은 주로 무신들이 드나드 는 출입구인 광화문 서쪽 협칸에서부터 등장한다. 복을 상징하 거나 성군의 출현과 더불어 군자(君子)를 대변한다는 박쥐는 강 녕전, 교태전 천장과 아미산 굴뚝에 장식되어 있다. 특히 아미산 굴뚝에는 복을부르는 박쥐, 귀신의 형상으로 사악한 것을 물리 친다는 귀면, 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해치, 물과 불을 다스린다는 코끼리 코를 가진 불가사리,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인 학과 사 슴을 비롯해 소나무, 대나무, 모란, 매화 등 다양한 동식물이 조 각되어 왕비의 안녕을 기원했다. 아미산 굴뚝과 마찬가지로 대비 의 거처인 자경전 굴뚝에도 십장생과 귀면, 불가사리 등을 새겨 두어 왕실 어른의 평안을 빌었다. 


왕실의 번영과 안녕을 동물의 상징성에 담아내다


경복궁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다양한 동물 문양 이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수많은 경복궁의 동물상은 그 어느 하나도 의미 없이 허투루 놓인 것이 없다. 모든 동물상 은 각각의 동물이 지닌 상징성을 고려해 전각이 갖는 위상과 어 울리도록 장식되었고, 이러한 전각과 동물의 조화를 통해 각 건 물의 특수성과 가치를 배가시켜 돋보이게 했다. 다시 말해 경복 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문양에는 왕조와 왕실의 간절한 염원과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고, 그 동물에 내재된 뜻을 모르는 자에게는 은밀하지만, 그 뜻을 아는 자에게는 노골적으로 표출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중 용은 왕을 대변하고, 봉황은 성군이 나오면 출현함으로써 태평성대를 알린다.천록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현무는 용맹 과 장수를 기원하며, 해치는 시비곡직과 정의를 수호한다. 사방 신과 십이지는 왕을 중심으로 공간과 시간을 관장하고, 불가사 리는 화재와 악귀를 예방하며, 학, 박쥐, 사슴 등은 장수와 복을 가져온다. 이렇듯 각각의 의미를 가진 동물이 다양한 모습과 기 법, 재료를 통해 승화되어 그것이 어울리는 경복궁 내 적재적소 에 배치됨으로써 왕조의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정점에 국왕과 국왕의 통치가 존재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왕실의 무한한 안녕과 왕조의 무궁한 번영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깃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