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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 여름호-전설의고향] 도깨비는 물괴(物怪)인가 신(神)인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7-14 조회수 : 1440
도깨비는 물괴(物怪)인가 신(神)인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도깨비는 우리 설화에서 오랫동안 주인공의 역할을 해왔던 존재이다. 도깨비를 달걀도깨비나 빗자루도깨비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는 것도 우리와 매우 친근함을 표시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깨비를 이러한 방식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것은 도깨비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식으로 유형화시키는 것은 일본의 요괴를 연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도깨비는 단순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만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풍어를 가져다주는 신, 전라도의 산간마을에서는 화재를 불러오는 화귀(火鬼), 진도 등에서는 돌림병을 옮겨주는 역신(疫神)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도깨비는 우리의 조상들과 공존하면서 기쁨과 즐거움, 슬픔 등을 가져다주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도깨비를 그렇게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수용한 것인지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하다.
글·사진 김종대(국립민속박물관장)
도깨비의 등장과 의미

도깨비에 대한 기록은 15세기의 문헌 『석보상절(釋譜詳節)』에 처음 등장한다. “돗가비 請 야 福 비러 목숨길 오져”라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도깨비에게 복을 빌고, 목숨을 길게 해달라는 기원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왜 도깨비에게 이러한 내용을 빌었을까? 당대 민중들의 삶이 척박하고 평균 수명도 45세 정도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경우, 이들이 가장 소망하는 내용을 기원하고 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민중들이 자신의 가장 원초적인 소망을 도깨비에 게 빌었다는 점인데, 도깨비의 부신(富神)적 속성을 고려한다는 당연한 결과였다. 도깨비의 용어 자체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돗+아비’의 합성어인 도깨비는 부를 가져다주는 남성신(男性神)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돗(tot) 발음은 불(火)이나 씨앗(種子)의 의미를 담고 있는 어원이라고 한다. 즉 불처럼 재산이 확 불어나거나, 씨를 뿌려 많은 곡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남성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도깨비는 단순한 요괴나 귀신이 아니라, 재물을 가져다주는 신적 존재였던 것이다.

『심상소학독본(尋常小學讀本)』 1.
『심상소학독본(尋常小學讀本)』 2.
『조선어급한문독본(朝鮮語及漢文讀本)』, 1915년.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도깨비의 형상은 언제부터 등장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귀면와(鬼面瓦)’를 ‘도깨비기와’라고 부르는데, 과연 그것이 올바른 도깨비의 모습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귀면와라는 표현은 한국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또한 귀면와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도 존재한다. 즉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귀면와의 모습이 도깨비로 변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선어독본(朝鮮語讀本)』에 수록된 <혹 달린 노인>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 이야기를 <廇取爺>, 혹은 <廇とり> 등으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가마쿠라 시대에 발간된 『우치습유물어(宇治拾遺物語)』에 수록된 것으로 보아 일찍이 정착된 것으로 일본의 10대 동화에 속할 정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른 시기의 기록에서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도 민담의 교훈적 요소가 취약한 편이다.

1915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어독본』에 <혹 달린 노인>이 수록되기 시작했는데, 이때의 삽화 원판은 일본의 『심상소학독본(尋常小學讀本)』에 수록된 내용을 그대로 차용하여 복장만 일본식에서 한복으로 전환시켰을 따름이다. 또한 삽화에는 도깨비에 대응하는 오니(おに)가 등장한다. 이후 최근까지도 <혹부리 영감>은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동화책으로도 많이 발간되어 유포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일본의 오니가 한국의 도깨비로 정착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국어독본(國語讀本)』, 1943년.
『보통학교조선어독본(普通學校朝鮮語讀本)』, 1933년.
도깨비 이야기의 특징

도깨비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대개 경험담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나의 할아버지가 도깨비를 만나 씨름을 했다거나, 먼 친척 중 힘센 어른이 도깨비를 이기고 돌아왔다는 식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깨비와 씨름하기>가 많이 채록된 편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채록된 이야기는 <도깨비 때문에 부자 되기>와 <도깨비방망이 얻기>를 들 수 있다. 먼저 <도깨비방망이 얻기>는 권선징악과 반복적인 서사구조를 갖춘 전형적인 민담이다. 일반적으로 <혹부리 영감>과 비슷하다고 여기는데, 이것은 도깨비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나무꾼은 선악의 성정이 구분되어 이에 대한 보답으로 방망이 얻기와 벌 받기가 행해지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적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 즉 도깨비는 신적인 흔적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하지만 혹부리 영감은 단지 노래를 잘하는 이유만으로 보답을 받기에 완전한 차이가 있다.

간략하게 그 서사구조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씨 착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개암 열매를 줍게 된다. 처음에는 아버지, 두 번째는 어머니 순서로 주워 효자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어느 날 비가 쏟아져서 사냥꾼의 움막으로 피했다가 잠을 자게 된다. 시끄러운 소리에 깨보니 도깨비들이 모여서 요술 방망이로 음식을 만들어 즐겁게 놀고 있었다. 나무꾼도 배가 고파 개암 열매를 깨물었더니 딱 하는 큰소리가 났다. 도깨비들은 집이 무너진다고 소리치면서 도망을 갔고 착한 나무꾼은 도깨비방망이를 하나 들고 와 부자가 되었다. 나쁜 나무꾼이 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자초지종을 듣고 같은 행동을 하였으나, 불효자였기 때문에 도깨비들한테 벌을 받았다.

<귀화전도(鬼火前導)>에 나타난 도깨비, 소치 허련, 《채씨효행도(蔡氏孝行圖)》, (출처 : 공유마당).

<도깨비 때문에 부자 되기>는 도깨비가 남자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여자의 경우에는 도깨비와 부부 관계를 맺고, 남자인 경우에는 친구 관계를 맺어 부자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깨비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도깨비를 쫓아내고 절연하려는 계획을 벌인다. 도깨비 때문에 부자가 된다는 점은 도깨비의 부신성, 즉 재물을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깨비를 쫓아내는 과정에 사용된 것은 말의 머리와 피이다. 이것은 도깨비가 신(神)의 속성도 갖고 있으나, 귀신의 속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도깨비와 씨름하기>도 많이 전승된 이야기 중 하나이다. 한 남자가 장에 가서 술을 한잔 마시고 고기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고갯길에서 도깨비가 씨름을 하자고 덤빈다. 남자는 밤새 씨름을 하다가 새벽이 되어서 도깨비를 쓰러뜨려 나무에 묶고 집으로 갔다. 날이 밝은 후에 다시 가서 확인했더니 빗자루 몽둥이만 있더라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점은 왜 도깨비가 씨름하자고 덤비는가, 그리고 왜 도깨비가 패하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도깨비가 씨름의 상대로 선택한 사람은 대개 그 동네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다. 도깨비는 자기가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식으로 씨름을 한다. 하지만 새벽이 되어 도깨비는 패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것은 도깨비가 밝음을 무서워하는 귀신적 속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동화책 속 삽화 오니(おに).
제주도 <영감놀이>에 나오는 도깨비.
이야기에서 나타난 도깨비의 성격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살필 경우 도깨비는 재물을 생산하는 능력을 지닌 남신(男神)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자를 좋아하는데, 대개 과부와 부부의 연을 맺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음양(陰陽)의 결핍을 충족시켜준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제주도의 <영감놀이>를 보면 도깨비가 술과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제주도에서는 해녀들이 병에 걸렸을 때 그 원인을 도깨비가 여자의 몸에 빙의했다고 본다. 여자의 병을 낫도록 하기 위해서 도깨비의 다른 형제를 불러 잘 대접한 후 여자 몸에 들어간 도깨비를 데리고 가도록 하는 유감주술적(類感呪術的) 의례행위가 바로 <영감놀이>이다.

이외에도 도깨비의 성정은 순진하다는 점, 즉 사람의 말을 잘 믿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건망증이 심하기 때문에 돈을 갚지만, 다음날 다시 돈을 갚는 행위를 반복한다. 게다가 장난기가 많은데, 돌을 던져 장독을 깨뜨리거나 혹은 간장에 모래를 넣어 먹지 못하게 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무쇠솥 뚜껑을 꾸겨서 무쇠솥 안에 넣어 버리는 장난을 하기도 한다. 무쇠는 굽히면 부러지는 속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꾸겨 버린다는 것은 도깨비가 매우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깨비가 씨름을 좋아하는 이유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지 때문이지만, 결과는 사람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도깨비가 귀신적 속성도 지니고 있지만, 순박한 남성신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존재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러한 어리숙한 재물신(財物神)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지속적으로 좋아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 김종대, 『한국의 도깨비연구』, 국학자료원, 1994.
  • 김종대, 『한국 도깨비의 전승과 변이』, 보고사, 2017.